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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희원 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불멸의 민족                          6장. 통일희원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統一希願敍事詩                 나는 그를 제한하는 자이다.
                                                    그의 가능성을 다 빼앗은 자이다.
                                                    그래서 나는 하늘을 향한 나의 모든 가능성을 모두 그에게 바쳐 버렸다.


한국인으로 태어났다. 조선족이다. 우리의 민담과 설화들.                  그가 저 중동(中東) 한구석의 유대인이었던 만큼 나 또한 조선의 사람임을 실감하며
봉선화 노래에 가슴이 저려 올 때가 있다.                          그가 예슈아로 불리었더니만큼 나 또한 나의 이름을 소중히 간직하였으며,
   태평양이 앞뜰 같은 시대에 이래도 정상인가 물어 본다.                그 속에 담긴 긍지는 내 것이 아니요 조선의 것이었다.
그래도 백두산, 장백산, 아니 태곳적 이름 태백산이 더 제격이지만                유대인에 대하여만 아니라, 고대 제국의 로마인에 대하여도,
그 백두산 천지(天池)를, 흰구름이 가득히                             세계 어느 시대의 코 높은 족속들에게라도. 나는 지금도 참된 주체로 말한다.
역사의 흐름처럼 흐르는 사이로 언뜻, 언뜻 내려다보며 와서 닿은 것이 있었다면,        그 익숙지 않은 용모(容貌)는 바로 당장 뵙는다면
   저 태백의 하늘에, 이 삼한(三韓)의 천지(天地)에,                    아직도 조금은 불편하리라.
   거대한 영이 되어, 무한한 얼이 되어                          습관과 의복과 말투와 문화와 행위와 반응과 식견과 확신과 역사와 본질이, 결코 닮
   하늘땅을 진동시키는 영원한 함성을 지르며 내달려                   지 않았다.
   무연(無延)한 고원(高原)을 크나큰 바람처럼 휩쓸고 다니고 싶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더욱 다른 것,
                                                 나의 꿈은 그의 꿈과 달랐다.
예슈아, 나의 실존의 뿌리.                                     황룡(나는 싸우는 청룡은 싫어했지)과 백호가 어우러져 어르는
침뱉고 부인(否認)당하고 짓밟히고 그래서 뿌리가 되신 분.                    바람 구름과 하늘 봉우리 이야기.
   짓밟힐 이유가 없는데도                                     내 어릴 적 가슴 품속에서부터 맑은 송이버섯처럼 자라온
   바로 내가 지금도 그렇게 학대하기 때문에 내 뿌리가 되신 분.               머리 세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말없는 숨결로 베개 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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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민족                      6장. 통일희원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귀여운 손자의 가슴에 문신(紋身)하여 놓은 흰겨레의 꿈.
                                                 중학교 1학년 때였으리라.
지난 지 5년은 족히 된 꿈 이야기다.                            함 선생님의 성서적 사관으로 본 한국 역사가 나를 그렇게 울렸다.
   조그마한 분지, 양지바른 평원인데                         길머리에 주려 엎드린 늙은 창녀의
   수천 년은 쉬엄직한 곳.                              쭈글쭈글한 젖가슴의 잔상(殘像)은 아직도 내 가슴을 쥐어짜고,
   고묘(古墓)였다.                                  흥안령(興安嶺) 산상에 나타나 만주벌 펼친 태고의 고요함 속으로
캄캄함.                                          ─ 여기다 ─ 우렁찬 메아리를 날리던 한 무리의 사나이들,
나는 빛을 원했다.                                       뭉클하게 나를 깨운다.
   적막한 묘실을 가로질러 문을 더듬어 석판(石板)을 밀어내고,             그것은 내게 계시(啓示)다.
   눈부신 빛 ─ 눈에 익자 문 틈새로 펼쳐진 작은 초원의 푸르름.           나의 가슴은 주께서 쏘아 맞힐 과녁의 중심.
   옛 묘는 세 개였다.                                   우주사(宇宙史)에 남을 나의 민족,
   세 개의 적석총(積石塚).                                그것이 나의 사랑할 우리 흰겨레, 거룩한 흰겨레.
   그중에 한 개가 먼저 열린 것이다.
   이상하다. 나는 무덤 속에서도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었다.          예슈아는 하나님이시다.
   내 묘 밖에 단군(檀君)이 서 있었다 ─ 매우 분한 듯 쯧쯧 혀를 차며.   열절(熱絶)하고 치열(熾곥)하신 그의 사랑.
   5천 년 묵은 단군은 걸어가 버렸다.                       드디어 내 얼을 빼내 버리신 그 사랑.
   체머리를 흔들며 낭패한 듯 낙담한 듯 물러가 버렸다.                 불길이 붙어 오르다 붙어 오르다
내게도 미안한 마음은 남았다.                                 불이 물처럼 되어 영원한 강물이 되어
이것도 소속감일까.                                       그의 보좌에서 흘러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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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민족                          6장. 통일희원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내 가슴도 타올라서 쓰리고 아렵다.                           그들의 길이 빠져 들어갈 궁벽한 그곳.
   그 가슴은 어떠하실까. 간장(肝腸)을 저며 내는 하나님의 아픔이여.         해골이 쌓인 악취나는 골짜기.
                                                 심장이 썩는 병을 앓는 영혼들의
   나는 지금 2천년 교회 공동체의 가슴에서 말한다.                   마지막 도래처(到걐處).
   나는 우리 흰겨레의 우주(宇宙) 됨에서 외친다.                       나도 예전에 그런 병을 앓았다.
영원한 흰겨레가 교회 속에서 토로하고                                미라가 된다. 비틀어진 산 송장이 되어 간다.
영원한 교회가 흰겨레 속에서 말씀한다.                               영원히 장사된 비진리의 묘소.
   불변의 진리가 우리의 심장 속에, 흐름도 뜨겁게 쿵쿵거리고                 어째서 우리는 남들이 2천년쯤도 더 전에 다 끝내어 놓은 일을
   우리 속에 혈맥(血脈)은 우주를 감도는 혈류(血流)가 된다.                이제야 새삼스레 법석인가.
   진리의 역사, 우주의 역사가 아니고야 민족사를 써남길 양피지는 없다.           민족의 주체성, 정체성이 반드시
민족의 노래를 우리의 마당에서만 읊조릴 것인가.                          굿춤에서, 무당칼날 위를 맨발로 걸으면서 찾아지는가.
창공에 춤추는 군학(群鶴)을 불러 오늘 내 품섶에서 어울려 놀게 할 것인가.          정리된 지 백년 밖에 안 되는 외마디 창법(唱法)만이
                                                    겨레의 5천년 정서(情緖)를 살려 주는 방법인가.
   미혹하는 영들은 물러가라. 스스로 미혹된 자들. 영원한 미망에 붙여진 이들.    21세기를 준비하는 새로운 발상,
   겨레의 혼에 거품을 일으키고 삼한의 하늘에 장기처럼 어둡게 서린 자들.       앞으로 인류 천년을 준비하는 거대한 마음의 폭과 여유,
                                                 광명한 진리에서 나온 민족혼의 보편적 표현으로서 인류의 새로운 삶의 모습.
   요즈음 나는 특별한 고민이 있다.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요청되지 않는가.
   우리 것을 찾는다면서 국수(國粹)주의적인 편집 증상에 빠지는 환자들을,              병명은 역사 도착증(곎史倒錯症), 사상 무력증(思想無力症), 항성장(抗成長)
그들의 아픔을 알기 때문에. 그래서 고민이 된다.                     호르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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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민족                         6장. 통일희원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십대를 마무리하는 해에 내 상상력은 일생 못 잊을 한 환상(幻想)을 내 뇌리에 심어         아름다운 영혼들의 고통과 사멸.
놓았다.                                                    힘이 없어 흐름에 밀려 표류하다가 파선한
 그때 나는 암흑 속에서 응시했다.                                     선량한 고통의 조각들,
 다가오는 그림자들을.                                            선한 의지의 붕괴, 최선을 다하다가 산화(散華)한 편린(片鱗)들,
       아우성, 할큄, 밀어붙이고 때리고, 작은 봉우리를 이룬 군상(群像)들의 거대한   연자맷돌에 갈린 영혼의 짓뭉개진 사체(死體), 죄없이 죽어간 선한 의도(意圖)들.
얽힘.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
       프로메테우스같이, 정상(頂上)의 한 사나이는 꿈틀댄다.                   하나님 하나님 어찌 나를 버리시나이까.
       통고(痛苦)의 군집(群集) 위에                                전쟁의 의미도 모르고 죽어 간 한 나이어린 소년 병사의 외마디.
       창날 끝같이 갈아붙인 가슴속의 상처를, 외마디 호소 -- 하늘에 운다.          의를 위해 싸우다 간 열사(곥士)들의 외침.
       실핏줄처럼 얽힌,                                        아무도 돌보는 이 없었기에 선한 의지를 꺾이면서 부르짖은
       우리 핏줄의 호소, 내 겨레의 몸짓, 내 얼의 쏟아짐.                   한(恨) 서린 부르짖음들.
 나는 그 울음과 함께 창공에 퍼부어지고 흙 속으로 잦아들었다.                  선한 것들도 멸망시키시나이까.
 고통과 멸망의 영원함, 땅에서 시작한 달걀 쌓기,                         당신은 선한 분이 아니시며, 우리의 구속자는 당신이 아니시나이까.
 전제(前提)된 실패와 예상한 좌절,                                 당신은 악한 자도 불쌍히 여기는 아버지...
 끝장을 향해 걷는 절망,                                       내 가슴속에 울려나는 이 영혼들의 절규.
 사람이 하나님 되려는 끊임없는 파멸의 시도.                            언제 우리의 피를 갚으십니까.
 결코 바다의 경계를 넘지 못하도록 제어된 파도의 쉬임없는 세력 다툼.              우리는 순교자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중에도                                      우리는 고귀한 자들도 아닙니다.
       아! 얼마나 괴로운 것이었을까.                             그러나 하나님이여, 당신이 해답하지 않은 우리의 질문은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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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민족                      6장. 통일희원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억울하게 학대받은 며느리의 질문, 장독(丈毒)에 죽은 양순한 백성.         동학 노인(東學老人)은 두 손을 모아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징용 나가 죽은 정신대(挺身隊)                             수십 삼 년 투쟁의 지겨웠던 생애.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                            순간.
   하나님이여,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노인은 암장을 깨고 나오는 용암의 분출인 양 수십 년의 고통을 뱉는 신음 소리를,
나의 존귀한 예슈아, 당신의 처절한 외로움 속에                       꽉 깨문 어금니 사이로 가까스로 막아냈다.
당신은 우리 모두의 기도로 부르짖으셨다...                      뜻없이 버림받았는가, 나의 삶은.
  “그는 육체에 계실 때에                               내가 살아 주기로 한 우리의 삶은.
   자기를 죽음에서 능히 구하실 이에게                           품에 안겨 피흘리며 죽어간 전우들이여.
   심한 통곡과 눈물로 간구와 소원을 올렸고                        뱃속을 전뇌(電雷)처럼 훑고 지나가는 동지들의 고함소리,
   그의 경외하심을 인하여 들으심을 얻었느니라.                      급박한 돌풍 사이로 때리는 뇌성.
   그가 비록 아들이시라도                               가파르게 치솟다 밋밋하게 마무리된 옛 봉우리 위에서
   받으신 고난으로 순종함을 배워 온전하게 되었은즉,                노인은 인생의 마무리를 생각했다.
   자기를 순종하는 모든 자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시고.”             국사봉(國師峰)의 옛 바위는 젊었을 때처럼 친밀했다.
이 말씀만큼 내 가슴을 때린 구절은 없었습니다.                       의로운 병사들을 일으키면서 여기서 빌었지.
나의 보배이신 예슈아, 나는 육신을 가지신 채로 주님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그때는 새벽의 검은 바람이 일어 태양도 가리었다.
도마처럼 나무람을 듣는다 하더라도, 나는 육신으로 오신 당신을 알고 싶습니다.      어두운 안개의 바다에 갇힌 여명(곊明).
생생하고도 속속들이.                                      지금은 눈부신 석양(夕陽),
                                                 내 물음을 바위 밑에 묻자.
   인생의 낙조(落照)를 주름진 만면(滿面)에 번뜩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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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민족                     6장. 통일희원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동학 노인은 손가락으로 세계의 끝간데를 더듬었다.                        혼(魂)들이 어울려 얼이 되어
 깊은 암흑의 맛을 혀로 핥았다.                                  더불어 사는 방법을 깨닫게 하여 줄
 그리고 꼬아진 허공의 길들을 펴면서 걸었다.                           흰겨레...
 마음의 매듭은 자르고 휘파람으로 바람들을 잠재웠다.
       참 오래도 전의 일이구나.                            우리는 시각(視覺)으로 문자(文字)를 도안(圖案)하지 아니하고
       패전(敗戰)의 상처를 달래며 화전민의 모닥불에 몸을 녹일 때,        청각(聽覺)으로 계시를 듣지 아니하며
       한 절름발이를 통해 서학(西學)의 오묘(奧妙)를 들었다.              구수한 밥 냄새, 퀴퀴한 발가락 냄새,
       절름발이, 언청이들이나 좋아할 서학이 그 밤에---                 할아버지 방귀 냄새에 반응하는 후각(嗅覺) 민족이라서
       한 좌절을 잊고 다음날 하산(下山)할 힘을 주었지.                 너나 구분이 없어.
 하늘님이 말씀한 게 사람이라고, 거기까지는 알겠구마, 하늘님이 사람되는 도리는 알      공유하는 체취... 하나인 삶...
겠구마,
 맞지 맞아 우리도 사람이 곧 하늘님이지,                             나는 동학 노인을 프로메테우스의 자리에 놓아 보았다.
       그런데 죽었다 다시 사는 것은 무었이며,                       그리고 나는 그를 실험했다.
       원래 그 야소(耶蘇)가 하늘님이었다는 소리는 웬 소린가.              노인네는 정말로 텁텁하게 성공했다.
                                                 나의 시(詩) 속에서 그는 신의 손을 너무나 쉽게 잡는 것을 보았다.
 세계의 본질을 밝힐 민족은 따로이 있거니와                         내 지성(知性)의 지독한 추궁에도 불구하고,
 영의 본질을 밝힐 민족은 따로이 있거니와                          내 마음은 그를 신 앞으로 인도하는 데 전혀 스스럼이 없었다.
                                                    쌩쌩한 독수리들은 그의 텁텁한 체취에 진저리쳤다.
       사람들의 삶을 하나 되게 하고                             날아가 다시는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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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민족                     6장. 통일희원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믿을 수 있는가, 보이는가. 프로메테우스의 미소를.                  기진하여 죽기까지 겨레를 위하여 부르짖었다는 말을 전해 듣고.
      흰겨레로 산 한 프로메테우스의 승리를.                         나는 나의 길을 알았다.


      노인은 애기처럼 부르짖었다.                            우리는 어떻게 될까.
      야소(耶蘇)님... 날 좀 보소. 어찌 되신 거요. 난 당신밖에 없어요.   해외 선교 제사장 국가.
 뭐가 남았겠소. 끼친 자식도 없고 남긴 재물도 없소.                   군자의 나라. 열국 중의 노(魯)나라. 말씀의 나라.
 속시원히 대답이나 해주소. 야소님이 하늘님이라면 나는 무엇이요. 날 두곤 혼자 못   그 젊은이의 기도였단다.
가오.
      날 두곤 혼자 못 가오.                                 예수의 맥(脈)아 일어나라.
      날 두곤 혼자 못 가오.                                 천년을 갈 말씀을 일으킨다.
      목이 쉬도록, 피가 역류하도록, 그렇게 부르짖다 죽은,                권씨 청년과 같은 뜻의 나의 기도다.
      동학 노인의 온몸에는 혈관이 터진 피멍이 셀 수도 없었다.              말씀의 꿀단지.
                                                    예수의 불단지.
 시혼(詩魂) 속의 노인이 한 청년이 되어 현실 속에서 죽을 줄이야.              내 속에 빛의 물결이 있어.
 권씨 청년.                                          태양보다 더 밝은 빛살들이 밖으로 쏘지 않고 안에서 물결치네.
      3년을 하루같이 포천(抱川) 가는 길 산꼭대기 동굴에서,            마음의 벽에 부딪힐 때마다 불꽃이 튄다. 예수의 이름이 튄다.
      낮에는 육백 고지 산을 타고 내려와 신학교를 다니고               태고의 말씀이 울린다. 창조의 음성이 부른다.
      밤 되면 하루 한끼 먹은 몸으로 산정의 동굴에서 철야로 기도하며        이 음성을, 이 빛을 풀어 놓으면 인간계가 변할 거야.
      하루에 한 시간을 잤다던가,                            피조계가 변할 거야.



                         298                                           299
불멸의 민족                       6장. 통일희원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나의 예수.                                             이교도들의 시체는 산적하여 쌓여 갔다.
                                                    아이는 칼자루에 끌려 다녔다.
    아홉 살 때 아침에 흔들리는 머리로 깨었다.                        상황이 끝나고 아이는 혼자 피 묻은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엄마에게 달려 갔다. 꿈 이야기를 했다.                          붉은 벽돌의 층계 위에서, 거대한 거인이 되어서.
    엄마는 소중히 아들의 성경 마지막 간지(間紙)에 바느질하듯 정성스레 꿰메어    알고 싶다. 이 민족의 가는 길은 어디인가.
써넣었다.                                            그러나 우리의 간절함은 예수님의 교회와 같이 서 있다.
                                                 민족의 통일은 어느 길로 이루어지리요.
    교회는 약탈되었다.                                      자문자답한다.
    핏발 선 눈빛, 이교도(굋敎徒)들, 강도들. 담장을 타고 수없이 침입하였네.      나는 예수님의 영광을 원한다.
    대구 서문교회 마당이었다.                                  이것은 영원한 평행선일까. 평행선이라면 내 배(船)는 이미 민족을 떠났다.
    붉은 벽돌의 건물. 높은 층계로 가는 본당.                     과연 평행선인가.
    교회 마당에는 피비린내 나는 성도들의 시체뿐. 마구 널브러졌네.          아, 금과 흙을 녹여 합치려면 본질을 용융시키는 열도(熱度)가 필요한데...
 나는 울었다. 분해 울었다.
 하나님이 어디 계신가고 통곡했다.                                 그때는 금도 흙도 없다. 우주를 밝히는 빛만이 남는다.
    혼자 남아 층계 위에서 떨며 기도했다. 나는 조그만 아이였다.              태양이다. 핵융합이다. 새로운 태양이 폭발하여 생겨나는 알파의 시간이다.
                                                    말씀이다. 예수의 참 몸이다. 영원한 나라다.
    교회 담장에 드문드문 꽂힌 검들, 어째서 아무도 사용치 않았을까.            예수님이다. 영원한 제사장이시다. 부활이시다. 생명이시다.
    홀로이 정말 외롭게 아이는 가까스로 하나를 뽑아 들었다.                 유일 절대 불변 전능 하나님이시다. 해답이시다.
    양날 달린 잘생긴 검. 신나는 검. 하늘에서 춤을 추고.                 통일은 언제 오는가. 주님은 언제 오시나.



                       300                                             301
불멸의 민족              6장. 통일희원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예수여 우리의 해답으로 오소서. 재림 전이라도 오소서.           예수 꿈꾸어라, 그 소원을 이루어라.
    역사 속에 오소서. 말씀과 몸으로 오소서.
    나타나심으로 나타나소서.                            그이의 꽃봉오리를 앞서 피워 내라.
    재림을 준비하는 우리 가운데 오소서...                   그 품속 너희 꽃잎도 따라 만개(滿開)하리라.
통일로 오소서... 예수의 흰겨레로 오소서...
예수님의 새 땅... 새 시대... 새 나라... 새 제도... 새 법...                           1992년 2월 21일


통일의 해법(解法)은 진리다. 복음이다. 이제 역사가 증명할 것이다.
통일을 목적하면 결코 참된 통일은 오지 아니하리라.
통일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라야 통일은 풀린다.
    복음을 살아가려느냐?
    복음을 역사에 적용하려느냐?
    복음 때문에 민족을 버릴 수 있겠느냐?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너희를 통해 통일은 올 것이다.
예수만이 할 수 있다.
    예수만이 할 수 있다.
    너희 꿈을 버려라, 내 말을 씀해 보아라.
    사람 씨알 내버리고, 묵시(默視)를 품거라.



                           302                                 303
지은이   고왕인(高王仁)    박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텍사스 주립대학교 공학박사.
    한국석유개발공사 부장,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이사, 한국헨리죠지협회
    회장, 도서출판 무실 대표,《통일논단》발행인, 서울대학교 기독동문회
    회장, 공익법인 한국 사랑의 집짓기운동 연합회 집행위원장, 한국기독
    교 총연합회 사회위원회 상임 부위원장 등 역임.
    저서로는《석유공학 개론》  《다공매질내의 Non-Darcy류에 대한 연구》
   《두 체제를 잇는 가교》외 논문 다수




불멸의 민족
 인쇄일 / 1998년 4월 25일
 발행일 / 1998년 4월 28일

       지 은 이/고왕인
       펴 낸 이/고왕인
       펴 낸 곳 / 도서출판 무실
       등록번호 / 203-98-54403
       등 록 일 / 1988년 2월 10일

                서울 중구 예관동 6-1 고려빌딩 601호
                전화: 261-3703   팩스: 271-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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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통일 희원 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 2. 불멸의 민족 6장. 통일희원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統一希願敍事詩 나는 그를 제한하는 자이다. 그의 가능성을 다 빼앗은 자이다. 그래서 나는 하늘을 향한 나의 모든 가능성을 모두 그에게 바쳐 버렸다. 한국인으로 태어났다. 조선족이다. 우리의 민담과 설화들. 그가 저 중동(中東) 한구석의 유대인이었던 만큼 나 또한 조선의 사람임을 실감하며 봉선화 노래에 가슴이 저려 올 때가 있다. 그가 예슈아로 불리었더니만큼 나 또한 나의 이름을 소중히 간직하였으며, 태평양이 앞뜰 같은 시대에 이래도 정상인가 물어 본다. 그 속에 담긴 긍지는 내 것이 아니요 조선의 것이었다. 그래도 백두산, 장백산, 아니 태곳적 이름 태백산이 더 제격이지만 유대인에 대하여만 아니라, 고대 제국의 로마인에 대하여도, 그 백두산 천지(天池)를, 흰구름이 가득히 세계 어느 시대의 코 높은 족속들에게라도. 나는 지금도 참된 주체로 말한다. 역사의 흐름처럼 흐르는 사이로 언뜻, 언뜻 내려다보며 와서 닿은 것이 있었다면, 그 익숙지 않은 용모(容貌)는 바로 당장 뵙는다면 저 태백의 하늘에, 이 삼한(三韓)의 천지(天地)에, 아직도 조금은 불편하리라. 거대한 영이 되어, 무한한 얼이 되어 습관과 의복과 말투와 문화와 행위와 반응과 식견과 확신과 역사와 본질이, 결코 닮 하늘땅을 진동시키는 영원한 함성을 지르며 내달려 지 않았다. 무연(無延)한 고원(高原)을 크나큰 바람처럼 휩쓸고 다니고 싶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더욱 다른 것, 나의 꿈은 그의 꿈과 달랐다. 예슈아, 나의 실존의 뿌리. 황룡(나는 싸우는 청룡은 싫어했지)과 백호가 어우러져 어르는 침뱉고 부인(否認)당하고 짓밟히고 그래서 뿌리가 되신 분. 바람 구름과 하늘 봉우리 이야기. 짓밟힐 이유가 없는데도 내 어릴 적 가슴 품속에서부터 맑은 송이버섯처럼 자라온 바로 내가 지금도 그렇게 학대하기 때문에 내 뿌리가 되신 분. 머리 세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말없는 숨결로 베개 맡에서 286 287
  • 3. 불멸의 민족 6장. 통일희원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귀여운 손자의 가슴에 문신(紋身)하여 놓은 흰겨레의 꿈. 중학교 1학년 때였으리라. 지난 지 5년은 족히 된 꿈 이야기다. 함 선생님의 성서적 사관으로 본 한국 역사가 나를 그렇게 울렸다. 조그마한 분지, 양지바른 평원인데 길머리에 주려 엎드린 늙은 창녀의 수천 년은 쉬엄직한 곳. 쭈글쭈글한 젖가슴의 잔상(殘像)은 아직도 내 가슴을 쥐어짜고, 고묘(古墓)였다. 흥안령(興安嶺) 산상에 나타나 만주벌 펼친 태고의 고요함 속으로 캄캄함. ─ 여기다 ─ 우렁찬 메아리를 날리던 한 무리의 사나이들, 나는 빛을 원했다. 뭉클하게 나를 깨운다. 적막한 묘실을 가로질러 문을 더듬어 석판(石板)을 밀어내고, 그것은 내게 계시(啓示)다. 눈부신 빛 ─ 눈에 익자 문 틈새로 펼쳐진 작은 초원의 푸르름. 나의 가슴은 주께서 쏘아 맞힐 과녁의 중심. 옛 묘는 세 개였다. 우주사(宇宙史)에 남을 나의 민족, 세 개의 적석총(積石塚). 그것이 나의 사랑할 우리 흰겨레, 거룩한 흰겨레. 그중에 한 개가 먼저 열린 것이다. 이상하다. 나는 무덤 속에서도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었다. 예슈아는 하나님이시다. 내 묘 밖에 단군(檀君)이 서 있었다 ─ 매우 분한 듯 쯧쯧 혀를 차며. 열절(熱絶)하고 치열(熾곥)하신 그의 사랑. 5천 년 묵은 단군은 걸어가 버렸다. 드디어 내 얼을 빼내 버리신 그 사랑. 체머리를 흔들며 낭패한 듯 낙담한 듯 물러가 버렸다. 불길이 붙어 오르다 붙어 오르다 내게도 미안한 마음은 남았다. 불이 물처럼 되어 영원한 강물이 되어 이것도 소속감일까. 그의 보좌에서 흘러 나오네. 288 289
  • 4. 불멸의 민족 6장. 통일희원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내 가슴도 타올라서 쓰리고 아렵다. 그들의 길이 빠져 들어갈 궁벽한 그곳. 그 가슴은 어떠하실까. 간장(肝腸)을 저며 내는 하나님의 아픔이여. 해골이 쌓인 악취나는 골짜기. 심장이 썩는 병을 앓는 영혼들의 나는 지금 2천년 교회 공동체의 가슴에서 말한다. 마지막 도래처(到걐處). 나는 우리 흰겨레의 우주(宇宙) 됨에서 외친다. 나도 예전에 그런 병을 앓았다. 영원한 흰겨레가 교회 속에서 토로하고 미라가 된다. 비틀어진 산 송장이 되어 간다. 영원한 교회가 흰겨레 속에서 말씀한다. 영원히 장사된 비진리의 묘소. 불변의 진리가 우리의 심장 속에, 흐름도 뜨겁게 쿵쿵거리고 어째서 우리는 남들이 2천년쯤도 더 전에 다 끝내어 놓은 일을 우리 속에 혈맥(血脈)은 우주를 감도는 혈류(血流)가 된다. 이제야 새삼스레 법석인가. 진리의 역사, 우주의 역사가 아니고야 민족사를 써남길 양피지는 없다. 민족의 주체성, 정체성이 반드시 민족의 노래를 우리의 마당에서만 읊조릴 것인가. 굿춤에서, 무당칼날 위를 맨발로 걸으면서 찾아지는가. 창공에 춤추는 군학(群鶴)을 불러 오늘 내 품섶에서 어울려 놀게 할 것인가. 정리된 지 백년 밖에 안 되는 외마디 창법(唱法)만이 겨레의 5천년 정서(情緖)를 살려 주는 방법인가. 미혹하는 영들은 물러가라. 스스로 미혹된 자들. 영원한 미망에 붙여진 이들. 21세기를 준비하는 새로운 발상, 겨레의 혼에 거품을 일으키고 삼한의 하늘에 장기처럼 어둡게 서린 자들. 앞으로 인류 천년을 준비하는 거대한 마음의 폭과 여유, 광명한 진리에서 나온 민족혼의 보편적 표현으로서 인류의 새로운 삶의 모습. 요즈음 나는 특별한 고민이 있다.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요청되지 않는가. 우리 것을 찾는다면서 국수(國粹)주의적인 편집 증상에 빠지는 환자들을, 병명은 역사 도착증(곎史倒錯症), 사상 무력증(思想無力症), 항성장(抗成長) 그들의 아픔을 알기 때문에. 그래서 고민이 된다. 호르몬증. 290 291
  • 5. 불멸의 민족 6장. 통일희원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십대를 마무리하는 해에 내 상상력은 일생 못 잊을 한 환상(幻想)을 내 뇌리에 심어 아름다운 영혼들의 고통과 사멸. 놓았다. 힘이 없어 흐름에 밀려 표류하다가 파선한 그때 나는 암흑 속에서 응시했다. 선량한 고통의 조각들, 다가오는 그림자들을. 선한 의지의 붕괴, 최선을 다하다가 산화(散華)한 편린(片鱗)들, 아우성, 할큄, 밀어붙이고 때리고, 작은 봉우리를 이룬 군상(群像)들의 거대한 연자맷돌에 갈린 영혼의 짓뭉개진 사체(死體), 죄없이 죽어간 선한 의도(意圖)들. 얽힘.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 프로메테우스같이, 정상(頂上)의 한 사나이는 꿈틀댄다. 하나님 하나님 어찌 나를 버리시나이까. 통고(痛苦)의 군집(群集) 위에 전쟁의 의미도 모르고 죽어 간 한 나이어린 소년 병사의 외마디. 창날 끝같이 갈아붙인 가슴속의 상처를, 외마디 호소 -- 하늘에 운다. 의를 위해 싸우다 간 열사(곥士)들의 외침. 실핏줄처럼 얽힌, 아무도 돌보는 이 없었기에 선한 의지를 꺾이면서 부르짖은 우리 핏줄의 호소, 내 겨레의 몸짓, 내 얼의 쏟아짐. 한(恨) 서린 부르짖음들. 나는 그 울음과 함께 창공에 퍼부어지고 흙 속으로 잦아들었다. 선한 것들도 멸망시키시나이까. 고통과 멸망의 영원함, 땅에서 시작한 달걀 쌓기, 당신은 선한 분이 아니시며, 우리의 구속자는 당신이 아니시나이까. 전제(前提)된 실패와 예상한 좌절, 당신은 악한 자도 불쌍히 여기는 아버지... 끝장을 향해 걷는 절망, 내 가슴속에 울려나는 이 영혼들의 절규. 사람이 하나님 되려는 끊임없는 파멸의 시도. 언제 우리의 피를 갚으십니까. 결코 바다의 경계를 넘지 못하도록 제어된 파도의 쉬임없는 세력 다툼. 우리는 순교자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중에도 우리는 고귀한 자들도 아닙니다. 아! 얼마나 괴로운 것이었을까. 그러나 하나님이여, 당신이 해답하지 않은 우리의 질문은 남아 있습니다. 292 293
  • 6. 불멸의 민족 6장. 통일희원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억울하게 학대받은 며느리의 질문, 장독(丈毒)에 죽은 양순한 백성. 동학 노인(東學老人)은 두 손을 모아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징용 나가 죽은 정신대(挺身隊) 수십 삼 년 투쟁의 지겨웠던 생애.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 순간. 하나님이여,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노인은 암장을 깨고 나오는 용암의 분출인 양 수십 년의 고통을 뱉는 신음 소리를, 나의 존귀한 예슈아, 당신의 처절한 외로움 속에 꽉 깨문 어금니 사이로 가까스로 막아냈다. 당신은 우리 모두의 기도로 부르짖으셨다... 뜻없이 버림받았는가, 나의 삶은. “그는 육체에 계실 때에 내가 살아 주기로 한 우리의 삶은. 자기를 죽음에서 능히 구하실 이에게 품에 안겨 피흘리며 죽어간 전우들이여. 심한 통곡과 눈물로 간구와 소원을 올렸고 뱃속을 전뇌(電雷)처럼 훑고 지나가는 동지들의 고함소리, 그의 경외하심을 인하여 들으심을 얻었느니라. 급박한 돌풍 사이로 때리는 뇌성. 그가 비록 아들이시라도 가파르게 치솟다 밋밋하게 마무리된 옛 봉우리 위에서 받으신 고난으로 순종함을 배워 온전하게 되었은즉, 노인은 인생의 마무리를 생각했다. 자기를 순종하는 모든 자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시고.” 국사봉(國師峰)의 옛 바위는 젊었을 때처럼 친밀했다. 이 말씀만큼 내 가슴을 때린 구절은 없었습니다. 의로운 병사들을 일으키면서 여기서 빌었지. 나의 보배이신 예슈아, 나는 육신을 가지신 채로 주님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그때는 새벽의 검은 바람이 일어 태양도 가리었다. 도마처럼 나무람을 듣는다 하더라도, 나는 육신으로 오신 당신을 알고 싶습니다. 어두운 안개의 바다에 갇힌 여명(곊明). 생생하고도 속속들이. 지금은 눈부신 석양(夕陽), 내 물음을 바위 밑에 묻자. 인생의 낙조(落照)를 주름진 만면(滿面)에 번뜩이며, 294 295
  • 7. 불멸의 민족 6장. 통일희원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동학 노인은 손가락으로 세계의 끝간데를 더듬었다. 혼(魂)들이 어울려 얼이 되어 깊은 암흑의 맛을 혀로 핥았다. 더불어 사는 방법을 깨닫게 하여 줄 그리고 꼬아진 허공의 길들을 펴면서 걸었다. 흰겨레... 마음의 매듭은 자르고 휘파람으로 바람들을 잠재웠다. 참 오래도 전의 일이구나. 우리는 시각(視覺)으로 문자(文字)를 도안(圖案)하지 아니하고 패전(敗戰)의 상처를 달래며 화전민의 모닥불에 몸을 녹일 때, 청각(聽覺)으로 계시를 듣지 아니하며 한 절름발이를 통해 서학(西學)의 오묘(奧妙)를 들었다. 구수한 밥 냄새, 퀴퀴한 발가락 냄새, 절름발이, 언청이들이나 좋아할 서학이 그 밤에--- 할아버지 방귀 냄새에 반응하는 후각(嗅覺) 민족이라서 한 좌절을 잊고 다음날 하산(下山)할 힘을 주었지. 너나 구분이 없어. 하늘님이 말씀한 게 사람이라고, 거기까지는 알겠구마, 하늘님이 사람되는 도리는 알 공유하는 체취... 하나인 삶... 겠구마, 맞지 맞아 우리도 사람이 곧 하늘님이지, 나는 동학 노인을 프로메테우스의 자리에 놓아 보았다. 그런데 죽었다 다시 사는 것은 무었이며, 그리고 나는 그를 실험했다. 원래 그 야소(耶蘇)가 하늘님이었다는 소리는 웬 소린가. 노인네는 정말로 텁텁하게 성공했다. 나의 시(詩) 속에서 그는 신의 손을 너무나 쉽게 잡는 것을 보았다. 세계의 본질을 밝힐 민족은 따로이 있거니와 내 지성(知性)의 지독한 추궁에도 불구하고, 영의 본질을 밝힐 민족은 따로이 있거니와 내 마음은 그를 신 앞으로 인도하는 데 전혀 스스럼이 없었다. 쌩쌩한 독수리들은 그의 텁텁한 체취에 진저리쳤다. 사람들의 삶을 하나 되게 하고 날아가 다시는 오지 않았다. 296 297
  • 8. 불멸의 민족 6장. 통일희원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믿을 수 있는가, 보이는가. 프로메테우스의 미소를. 기진하여 죽기까지 겨레를 위하여 부르짖었다는 말을 전해 듣고. 흰겨레로 산 한 프로메테우스의 승리를. 나는 나의 길을 알았다. 노인은 애기처럼 부르짖었다. 우리는 어떻게 될까. 야소(耶蘇)님... 날 좀 보소. 어찌 되신 거요. 난 당신밖에 없어요. 해외 선교 제사장 국가. 뭐가 남았겠소. 끼친 자식도 없고 남긴 재물도 없소. 군자의 나라. 열국 중의 노(魯)나라. 말씀의 나라. 속시원히 대답이나 해주소. 야소님이 하늘님이라면 나는 무엇이요. 날 두곤 혼자 못 그 젊은이의 기도였단다. 가오. 날 두곤 혼자 못 가오. 예수의 맥(脈)아 일어나라. 날 두곤 혼자 못 가오. 천년을 갈 말씀을 일으킨다. 목이 쉬도록, 피가 역류하도록, 그렇게 부르짖다 죽은, 권씨 청년과 같은 뜻의 나의 기도다. 동학 노인의 온몸에는 혈관이 터진 피멍이 셀 수도 없었다. 말씀의 꿀단지. 예수의 불단지. 시혼(詩魂) 속의 노인이 한 청년이 되어 현실 속에서 죽을 줄이야. 내 속에 빛의 물결이 있어. 권씨 청년. 태양보다 더 밝은 빛살들이 밖으로 쏘지 않고 안에서 물결치네. 3년을 하루같이 포천(抱川) 가는 길 산꼭대기 동굴에서, 마음의 벽에 부딪힐 때마다 불꽃이 튄다. 예수의 이름이 튄다. 낮에는 육백 고지 산을 타고 내려와 신학교를 다니고 태고의 말씀이 울린다. 창조의 음성이 부른다. 밤 되면 하루 한끼 먹은 몸으로 산정의 동굴에서 철야로 기도하며 이 음성을, 이 빛을 풀어 놓으면 인간계가 변할 거야. 하루에 한 시간을 잤다던가, 피조계가 변할 거야. 298 299
  • 9. 불멸의 민족 6장. 통일희원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나의 예수. 이교도들의 시체는 산적하여 쌓여 갔다. 아이는 칼자루에 끌려 다녔다. 아홉 살 때 아침에 흔들리는 머리로 깨었다. 상황이 끝나고 아이는 혼자 피 묻은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엄마에게 달려 갔다. 꿈 이야기를 했다. 붉은 벽돌의 층계 위에서, 거대한 거인이 되어서. 엄마는 소중히 아들의 성경 마지막 간지(間紙)에 바느질하듯 정성스레 꿰메어 알고 싶다. 이 민족의 가는 길은 어디인가. 써넣었다. 그러나 우리의 간절함은 예수님의 교회와 같이 서 있다. 민족의 통일은 어느 길로 이루어지리요. 교회는 약탈되었다. 자문자답한다. 핏발 선 눈빛, 이교도(굋敎徒)들, 강도들. 담장을 타고 수없이 침입하였네. 나는 예수님의 영광을 원한다. 대구 서문교회 마당이었다. 이것은 영원한 평행선일까. 평행선이라면 내 배(船)는 이미 민족을 떠났다. 붉은 벽돌의 건물. 높은 층계로 가는 본당. 과연 평행선인가. 교회 마당에는 피비린내 나는 성도들의 시체뿐. 마구 널브러졌네. 아, 금과 흙을 녹여 합치려면 본질을 용융시키는 열도(熱度)가 필요한데... 나는 울었다. 분해 울었다. 하나님이 어디 계신가고 통곡했다. 그때는 금도 흙도 없다. 우주를 밝히는 빛만이 남는다. 혼자 남아 층계 위에서 떨며 기도했다. 나는 조그만 아이였다. 태양이다. 핵융합이다. 새로운 태양이 폭발하여 생겨나는 알파의 시간이다. 말씀이다. 예수의 참 몸이다. 영원한 나라다. 교회 담장에 드문드문 꽂힌 검들, 어째서 아무도 사용치 않았을까. 예수님이다. 영원한 제사장이시다. 부활이시다. 생명이시다. 홀로이 정말 외롭게 아이는 가까스로 하나를 뽑아 들었다. 유일 절대 불변 전능 하나님이시다. 해답이시다. 양날 달린 잘생긴 검. 신나는 검. 하늘에서 춤을 추고. 통일은 언제 오는가. 주님은 언제 오시나. 300 301
  • 10. 불멸의 민족 6장. 통일희원서사시(統一希願敍事詩) : 기나긴 반만년의 기지개를 켜면서 예수여 우리의 해답으로 오소서. 재림 전이라도 오소서. 예수 꿈꾸어라, 그 소원을 이루어라. 역사 속에 오소서. 말씀과 몸으로 오소서. 나타나심으로 나타나소서. 그이의 꽃봉오리를 앞서 피워 내라. 재림을 준비하는 우리 가운데 오소서... 그 품속 너희 꽃잎도 따라 만개(滿開)하리라. 통일로 오소서... 예수의 흰겨레로 오소서... 예수님의 새 땅... 새 시대... 새 나라... 새 제도... 새 법... 1992년 2월 21일 통일의 해법(解法)은 진리다. 복음이다. 이제 역사가 증명할 것이다. 통일을 목적하면 결코 참된 통일은 오지 아니하리라. 통일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라야 통일은 풀린다. 복음을 살아가려느냐? 복음을 역사에 적용하려느냐? 복음 때문에 민족을 버릴 수 있겠느냐?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너희를 통해 통일은 올 것이다. 예수만이 할 수 있다. 예수만이 할 수 있다. 너희 꿈을 버려라, 내 말을 씀해 보아라. 사람 씨알 내버리고, 묵시(默視)를 품거라. 302 303
  • 11. 지은이 고왕인(高王仁) 박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텍사스 주립대학교 공학박사. 한국석유개발공사 부장,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이사, 한국헨리죠지협회 회장, 도서출판 무실 대표,《통일논단》발행인, 서울대학교 기독동문회 회장, 공익법인 한국 사랑의 집짓기운동 연합회 집행위원장, 한국기독 교 총연합회 사회위원회 상임 부위원장 등 역임. 저서로는《석유공학 개론》 《다공매질내의 Non-Darcy류에 대한 연구》 《두 체제를 잇는 가교》외 논문 다수 불멸의 민족 인쇄일 / 1998년 4월 25일 발행일 / 1998년 4월 28일 지 은 이/고왕인 펴 낸 이/고왕인 펴 낸 곳 / 도서출판 무실 등록번호 / 203-98-54403 등 록 일 / 1988년 2월 10일 서울 중구 예관동 6-1 고려빌딩 601호 전화: 261-3703 팩스: 271-3704 ※ 잘못된 책은 바꾸어 드립니다. 정가 8,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