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저를 '기린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기린은 제 별명이 아니라 '얼굴이름'입니다. 소리로 부르지 못하고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아이들은 상대의 특징적인 것을 하나 찾아서 얼굴이름을 붙입니다. 아마 청각장애 학생들과 함께 한 적이 없는 일반학교 선생님들도 얼굴이름이라는 것이 무척 낯설 것입니다. 청각장애학생들이 있는 농학교의 학교 담장은 높지 않지만 많은 분들은 아직 그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탓에 우리의 학교 현장은 여전히 금단(?)의 공간으로 남아있습니다. 27년간 청각장애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느꼈던.. 또 기뻐하고 아파했던 우리의 학교 이야기, 교육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그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124. 아이야
- 소리를 잃은 아이야
아이야
울지 말아라
소리쳐 부르는 어미의 소리
들리지 않는다
울지 말아라.
목 터지게 부르짖는 어미 눈가엔
말 못하는 너가 태반처럼 엉켜 있단다.
세상의 너른 벌판에서
못 듣는 너를 낳은 네 어민
터진 목소리조차 울리지 않는단다.
울지 말아라.
아이야
소리를 잃은 아이야
너를 부르는
찢겨진 어미의 가슴은
소리조차 잃은 벌판
어미 소리샘엔 恨만 채곡채곡
세월을 비워가고 있을 뿐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