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할 겸 개인적으로 작업했던 쉽게 보는 Kutas and Hillyard (1980)의 고전 N400 논문입니다. 언어처리에서 N400 출현을 처음으로 언급한 논문이죠. 페이스북 페이지 '언어학덕후'에 올렸던 슬라이드를 일부 수정하여 올립니다.

1. 문장의 의미가 이상할 때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
쉽게 보는 언어처리 ERP 연구 씨-리즈 1편
2018년 10월 17일
박기효

2. - 이번 포스트에서는 ERP(Event-Related Potentials) 측정 방법을 이용한 언어처리 관련 고전 논문
하나를 살펴봅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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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먼저 ERP란, 사건관련전위(Event-Related Potentials)라고 합니다.
- 쉽게 설명하자면, 특정한 자극(~사건)이 실험참여자에게 지속적으로 제시됐을 때 나타나는 뇌파들을
모아
평균치로 바꾸어 나타나는 특정한 뇌파반응을 이야기합니다.
출처: Purves et a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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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ERP 측정법을 이용한 연구는 Pauline Davis가 1939년에 최초로 체계적으로 제시한 걸로 알려져 있고,
이후
다양한 관련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또 현재 진행 중이고요.
Pauline Davis (1896-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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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ERP를 측정하는 신경생물학적 원리와 통계적 계산 과정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싶지만…
- 그러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것 같으니(…) 밑에 것들로 맛보기만 하고, 일단 이 포스트에선
언어처리와
관련된 ERP 연구를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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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다음 영어 문장을 살펴봅시다. 밑줄에 들어갈 적절한 단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1) I take coffee with cream and _______.
- 보통 사람들은 sugar 라고 대답합니다. 다른 것들도 가능하겠지만요. 연관 검색으로도
불완전하게나마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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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요렇게 말이죠! (feat. 구글신)
- 깊게 들어가면 Treebank 등과 같은 대량 코퍼스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 포스트에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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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아까 말했던 문장으로 돌아가보죠.
(1) I take coffee with cream and _______.
- 저자 Kutas와 Hillyard는 위와 같은 문장들을 보고선 아래와 같은 궁금증들이 생겼습니다.
(1) 만약, sugar가 아닌, 다른 이상한 단어가 들어가면 어떨까?
(2) 예를 들어, ‘I take coffee with cream and hammer’와 같은 문장은 어떨까?
(3) 그리고 이 때 나타나는 ERP 측정 양상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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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총 세가지 조건의 문장들이 100msec 단위로 한 단어씩 모니터에 실험참여자들에게 제시됐습니다.
- 전극은 Fz(정수리 앞), Cz(정수리), Pz(정수리 뒤)에 부착됐고요.
(I) Semantic-moderate 조건
“He took a sip from the waterfall.”
(II) Semantic-strong 조건
“He took a sip from the transmitter.”
(II) Physical 조건 (critical word가 앞에 나온 단어들보다 사이즈가 큼)
“She put on her high heeled sh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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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참고로 EEG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전극 부착 부위를 보여드리자면, 아래 표시된 부분들에
전극을
부착을 했다는 것입니다. (피부 표면에 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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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그래서 앞에 말한 세가지 조건의 문장들을 제시했을 때 나온 ERP 양상을 살펴보니, 아래와 같은
그림들이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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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일단, P560은 떼놓고, 이 N400이란 녀석만 한 번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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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아까 이야기했던 ‘I take coffee with cream and hammer’란 문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죠.
- 사실 cream and sugar 대신, cream and hammer가 나온다는 건, 최초로 이런 문장을 접했을 때
느끼는 것은
문장의 의미가 이상하기보다는, ‘예측’에 어긋나는 문장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 실제로도 이런 예측이나 기대했던 정보에서 벗어난 정보를 뇌가 접할 경우, 일반적으론 P300란(이하
P3) ERP
component가 검출됩니다.
- P3는 주로 의사결정(Decision-making) 과정 중에 나타나는 요소입니다. 보통 ERP 늅늅이들이 처음
ERP
실험을 진행할 때 주로 쓰는 실험디자인인 oddball paradigm에서 주로 검출되는 요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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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근데 어라? 처음엔 P3가 나올줄 알았는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N4가, 특히나 조건2의 경우엔 정상적인
문장(semantic-moderate)과 비교 했을 때 peak가 더 크게 나와버렸네요. Amplitude도 차이가
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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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개별 실험참여자의 뇌파 데이터를 하나하나 다 모아서 측정하여 결과를 냈는데도 N4가 확연히
드러난 걸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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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더욱이, 보통 P3는 Pz 구간에서 나타나는데 N4는 Pz를 포함하여 다른 전극에서도 포착이 됐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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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저자들은 여기서 N4를 크게 다음 두 가지로 해석합니다.
첫번째 해석
- 의미위반이 일어날 때 확실히 N4가 일어남.
두번째 해석
- 중요한 자극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다가, 이 자극이 나오는 순간 어떤 구체적 처리를 요구할 때
나타나는
재처리(reprocessing), 재고 혹은 2차 확인(second-look)을 시행할 때 나타나는 듯 함.
- 이 굵직하고 짧은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N4에 대한 연구는 무수히 많이 진행됐고, 또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언어학 배경을 지닌 학자들이 주로 연구를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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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논쟁과 토론 거리를 가져다준 것이기도 합니다. 이 역시도 현재 진행 중이고요.
- 그 중 가장 큰 주제는 바로, 과연 N4가 언어처리 특수적으로만 나타나는 것인가, 아니면 일반적인
고등인지체계
수행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것인가입니다. 사실 N4가 언어처리뿐만 아니라 다른 경우에도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었기 때문이죠.
- 어찌됐든, 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활발히 논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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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끝!

20. (여담)
- 작년에 운 좋게 Marta Kutas의 N4 연구에 대한 여정을 직접 듣게된 적이 있었습니다.
- 음..근데 발표 정말 못하더라구요(…).
- 역시 학계를 막론하고 큰 거 하나 뻥 터트려주고 짬 먹는 게 짱인 것 같습니다. 역시 인생은 한 방.
-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