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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동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시골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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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동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시골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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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동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시골피디

  1. 1. 언젠가 내가 할아버지가 되면 이불 속에서 꼼지락대는 귀여운 손주 손녀들의 엉덩이를 두드려주며 이런 옛날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어느 조그마한 나라에 현이라는 아이가 살았어요. 그 아이는 야구를 무척 좋아하는, 늘 입가에서 웃음이 그치지 않는 밝고 쾌활한 아이였지. 어린 나이였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도 강한 아이였어요. 어느 정도였냐하면... 초등학교 1학년이던 어느 날 현이가 야구공에 맞아 한쪽 눈이 퉁퉁 부어오른 채로 집에 왔어. 그걸 본 아빠는 도대체 누구하고 놀다가 그랬냐며 화를 내셨지. 하지만 현이는 끝끝내 누구와 놀았는지 말하지 않았어. "누가 공을 던졌는지 전 말할 수 없어요. 그 형도 일부러 그런게 아닌데 제가 그 형 이름을 말하면 아빠가 그 형 집에 찾아가 혼내실거 아니예요." 현이는 그렇게 배려심이 남다른 아이였어. 그러던 어느날, 현이에게 끔찍한 사고가 찾아왔어. 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그날 따라 친구들과 놀다 피아노 학원에 늦게 간 현이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얼어붙었어. "현아 왜 이렇게 늦었니? 너 학원에 안왔다고 아버님께 전화드렸더니 집에도 없다고 하시 고..." "헉...아빠가 저 늦게 온 걸 아세요?" 눈 앞이 캄캄해진 현이는 ‘왜 학원에 늦었느냐’며 혼내실 아빠의 무서운 얼굴이 떠올랐어. 집 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지. 걱정 걱정하던 아이는 학원이 끝난 뒤 집에 가지 않고 큰 길 너머 이마트로 향했어. 그곳에서 컴퓨터 게임을 한거지. 문 닫을 때까지. "이제 문 닫을 시간이다. 집에 가야지?" 밤 10시. 마트에서 나오던 현이는 엄마와 눈이 딱 마주쳤어. 아이가 집에 오지 않는다며 온 동네를 찾아다닌 엄마와 아빠. 화가 머리끝까지 돋아있던 엄마는 현이의 얼굴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소리치셨어. "너 빨리 집에 가. 아빠가 얼마나 찾으셨는지 알아?" 두려움에 떨던 현이는 큰 길을 건너기 시작해. 그런데 아뿔싸 신호등은 빨간 불었어. 뒤늦게 이를 알아차린 엄마가 현이에게 다급하게 소리쳤어. "현이야 돌아와. 빨간불이야" 놀란 현이는 급히 몸을 돌려 엄마를 향했어. 그러나, 그 순간 속도를 줄이지 못한 과속차량이 현이를 향해 돌진해왔어. "끽...꽝...." "현이야 아가...." 조그만 현이의 몸이 공중으로 붕 뜬 뒤 머리부터 떨어졌어. 한 눈에 봐도 엄청난 사고였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엄마는 울부짖고 피투성이가 된 현이는 혼수상태였어. "힘들 것 같습니다...머리부터 떨어지는 바람에..." “안돼요. 선생님. 우리 현이 살려주세요.” 더 이상 가망이 없어 보인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의료진을 뒤로 한 채 엄마와 아빠는 현이를 업고 더 큰 병원으로 달려갔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마지막 희망을 향해 안간힘을 쓰신 거지. 그렇게 도착한 인천 길 병원. 그런데 그 곳에서 첫 번째 기적이 찾아왔어. 그 날 따라 최고의 각 분야 전문의 선생님들이 밤늦게까지 병원을 떠나지 않다가 현이를 맞아준 거야. 무려 스무 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현이는 고비를 넘겼고 20일이 지난 뒤 현이의 의식이 돌 아왔어. 말 그대로 기적 같은 일이었어. 가장 걱정했던 건 머리였는데 현이의 정신은 감쪽같이 멀쩡했어. 엄마도 아빠도 누나도 알아 볼 수 있었고, 그동안 엄마와 아빠가 현이가 누워있던 병실 머리맡에서 불러줬던 찬송가 구절 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놀랍게도 현이는 깨어나지 못하던 그 상황에서도 엄마 아 빠의 노랫소리를 듣고 있었던 거야. 뿐만 아니라 아이의 눈도 코도 입도 손가락도 두 팔도 모 두 정상. 그러나 기적은 거기까지였어. 현이는 젖꼭지 밑으로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었어. 의학전문용어로 '경추골절'. 차에 튕겨져나 간 현이의 몸이 거꾸로 떨어지며 목이 부러졌고 하반신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척수신경이 끊어 져버린 거야.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 의학이지만 아직까지도 끊어진 척수신경을 다시 이어줄 약이나 치료방법은 확실한 게 없다고 해. 이대로라면 평생을 휠체어 위에서 살아야 할지 모르
  2. 2. 는 상태. 그리고 하나 더. 현이는 말을 할 때면 목에 난 구멍을 손으로 막고서 해야 했어. 목 에 숨구멍(기도)과 음식물 넘어가는 구멍(식도)을 뚫어놨기 때문에 말을 할 때면 목에 난 구멍 을 손으로 막아 공기가 새지 못하도록 해야했거든. 휠체어를 타고 목에 뚫린 구멍을 손으로 막으며 말을 해야 하는 현이. 그런 아이의 모습을 지 켜보는 부모 심정은 어땠을까. 앞으로가 더 걱정이었어. 언젠가 현이의 친구들은 멋진 청년이 되어 귀여운 여자 친구와 연애도 하고 직장도 다니며 마음껏 활동할 텐데 현이는...얼마나 맑 고 착한 아이인데 왜 하필이면 현이에게 이런 모진 시련이 찾아 온 것인지...엄마는 현이 몰래 매일 눈물을 흘렸고 목사님이신 아빠는 너무 울어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기도를 드렸어. 다행인 것은 현이가 웃음을 잃지 않았다는 거야. 사고는 현이의 하반신을 앗아갔지만 아이의 웃음만은 빼앗지 못했어. 병실에 입원해있던 1년 반 동안 현이는 늘 까르르 웃는 병실의 귀염 둥이가 되어 옆에 계신 다른 환자들까지 웃게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였지. 공부도 잘했어. 꼬 박 세 학기를 쉬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 현이였지만 4학년 수업을 어렵지 않게 따라갔지. 현이 때문에 친구가 선생님께 핀잔을 듣기도 했어. "욘석, 너는 푹 쉬다온 현이보다도 수학을 못 맞냐?" "헤헤, 샘, 제가 못하는 게 아니라 현이가 잘하는 거예요." 그리고 아이의 배려심은 이 모진 시련 속에 더 밝게 빛이 났어. 현이는 아빠의 교회 예배를 마치고 헌금봉투에 천원을 집어넣으며 그 봉투 위에 이런 글을 써놨어. "지금 이대로라도 좋아요." 엄마와 아빠는 '나 때문에 우리 아들이 저렇게 됐다'며 남몰래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현이 는 오히려 눈물 흘리고 계신 엄마와 아빠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던 거야. 하지만 현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다시 걷고 싶다는 간절함이 숨어 있었어. "후회하고 있다면 깨끗이 잊어버려. 가위로 도려낸 것처럼 다 지난 일이야~" "할 수 있을 거야. 할 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흔하지 않은 보석 같은 마음 있으니~"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 이한철의 '슈퍼스타'. 현이는 남몰래 이 노래를 따라 불러왔어. 병원 가는 차안에서 이 노랫말을 줄줄 외우며 따라 부르는 현이의 모습을 보던 아빠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어. 눈물이 앞을 가려 운전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아빠는 아이의 간절함을 보고 울었지. 그런 현이와 가족들에게 두번째 기적이 찾아온 것은 현이가 5학년이 되었을 때였어. 마법사...마법사가 찾아온 거야. "아저씨가 황우석 교수님이시죠? 히히 저 잘생겼죠? 아저씨 저 좀 일으켜주세요." 황우석 박사. 서울대 수의대 교수로 동물복제 최고 권위자였던 그의 별명은 '매직핸드'였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험관 송아지 분만에 성공한 그가 본격적인 복제 연구에 뛰어들어 젖 소를 복제할 때만해도 세계적인 수준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월화수목금금금 엄청난 양의 실 험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선진국 연구자들도 감히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수준의 복제 효율 과 정확성을 갖추게 됐어. 그가 세계 최초의 복제 강아지를 직접 어미개의 뱃속에서 꺼내올릴 때 옆에 있던 파란 눈의 과학자 한 명은 믿을 수 없다는 탄성을 질렀지. "It's a Magic" 세계 최초의 복제 양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의 이언 윌머트 경은 한국의 수의대 연구실을 찾아 와 연구현장을 둘러보고는 황교수를 향해 이렇게 말했어. "당신은 복제의 제왕입니다." 그런 마법사가 현이를 찾아온거야. 어메이징. 당시 마법사는 마법의 세포라 불리우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뛰어든 상태였어. 첨단 복제기법 을 의학에 적용시켜 환자의 세포와 똑같은 세포를 복제한 뒤 이를 신경세포면 신경세포, 뼈세 포면 뼈세포, 피부세포면 피부세포 등 인체의 모든 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지 닌 배아줄기세포로 배양시켜 환자의 다친 부위에 넣어주면, 면역거부반응 없이 세포가 세포를 치유하여 다친 부위를 재생시킨다는...쉽게 말해 현이의 세포를 복제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 이를 정상적인 척수신경줄기세포로 분화시켜 다친 부위에 넣어주면 현이의 몸속에서 줄기세포 가 맹활약하여 끊어져버린 척수신경을 다시 이어주고 현이는 다시 얼어서서 걷게 된다는 꿈만 같은 이론이었지. 마법사가 찾아왔을 때 먼저 그에게 말을 건넨건 현이였어. 아이는 목에 뚫린 구멍을 손으로 막은 채 이렇게 말했지. "아저씨가 황우석 교수님이시죠? 히히 저 잘생겼죠? 아저씨 저 좀 일으켜주세요. 엄마하고 아 빠가 저 때문에 많이 우세요." 그러자 마법사는 현이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어. "그래. 아저씨가 우리 현이 일어서는 그 날까지 열심히 연구할테니까 대신 현이도 웃음 잃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야해." "네~히히" 그 날 이후 소년과 과학자는 둘 사이에 맺은 가슴 벅찬 약속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어. 과학자는 숱한 실패 끝에 마침내 소년의 줄기세포를 포함해 무려 11개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이를 사이언스지에 논문으로 발표했어.
  3. 3. 난리가 났지. 세계줄기세포 허브가 그 작은 나라에 만들어졌고 전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비 행기를 타고 그 나라에 찾아왔어. 마법사를 만나려고 말이야. 마법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등 국내외 10개가 넘는 연구기관에 줄기세포와 체세포를 넘겨 주며 공동 연구진을 구성했어. 그 중 특히 소년의 줄기세포에 대해 각별했지. 마법사는 수소 문 끝에 줄기세포를 척수신경세포로 분화하는데 전 세계 최고 권위자로 꼽히고 있는 미국 슬 로언 케터링 암센터의 로렌스 스튜더 박사를 찾아가 소년의 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달라고 부탁했어. "열 살 소년의 끊어진 척수신경을 이어주고 싶습니다. 소년의 세포를 넘겨드리고 연구비를 지 원해드릴테니 꼭 이 아이의 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주세요." 실제로 마법사는 1년에 15만 달러, 우리 돈 1억5천만원이 넘는 연구비를 2년간 지원하기로 약속하며 현이에 대한 임상시험을 준비했어. 만일 스투더 박사가 현이의 세포를 신경세포로 성공적으로 분화시킨다면 현이에 대한 임상시험은 미국 뉴욕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최고의 전 문의들의 집도 아래 시행한다는 계획까지 세웠지. "미국 스튜더 박사에게서 현이의 세포가 잘 분화되고 있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빠르면 내년 하반기 쯤 임상시험이 가능할 것 같은데 지켜보시죠." 마법사의 말을 들은 현이의 아버지는 꿈인지 생시인지 자기 볼을 꼬집어 볼 정도였어. 아빠는 이렇게 빨리 임상시험이 다가올 줄 몰랐거든. 실은 현이가 청년으로 성장해있을 한 10 년 뒤에나 기회가 찾아올거라고 믿었어. 언젠가 찾아올 지 모르는 그 날을 기다리며 아빠는 집 옥상에 현이와 함께 낚시를 할 수 있는 간이 낚시터와 낚시기구를 만들었고 현이가 옥상까 지 휠체어를 타고 오를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했어. 현이가 일반인 못지 않게 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낚시. 아빠와 현이는 기다림의 낚시를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고 현이가 물 고기의 손맛을 느낄때 까르르 까르르 마음껏 웃었어. 그렇게 기다려온 순간이었어. 다시 걸을 수 있다는 희망. 다시 야구도 하고 지금처럼 엄마 아 빠가 남몰래 눈물 짓지 않아도 되고 언젠가 이쁜 여자친구랑 뚜벅뚜벅 걸어다니며 놀이동산도 가는...어느 누군가에겐 평범했지만 현이에겐 너무 간절했던 꿈. 그런데...그 꿈은 오래가지 못했어. 어느 날 방송국에서 피디 아저씨가 찾아오더니 돌연 이상한 말을 하는거야. “현이 아버님, 이런 말씀 드리긴 뭐하지만...현이에 대한 임상시험만은 안하시는게 좋을 것 같 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아니요. 저희도 확실한 건 아닌데...줄기세포가 가짜일 수도 있어서요.” “예?” 현이 아버지는 너무도 황당한 이야기에 고개를 저었어. ‘말이 안되지. 줄기세포가 가짜라니. 그러면 사이언스 논문은? 그 많은 검증자료들은?’ 아빠는 현이가 행여 무슨 영향이라도 받을까 조심스러워 이런 말은 입 밖에도 내지 않았어. 그런데 그 피디 아저씨의 말은 불행히도 사실이었어. 그걸 알게 된 날은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있던 12월 겨울의 어느 날 밤이었어. 이날 낮부터 이상한 뉴스들이 나오는거야. 황우석 박사와 함께 일하던 미즈메디 병원의 노성 일 이사장님이 줄기세포는 하나도 없다는 기자회견을 하더니 그 날 밤 10시, 피디수첩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황우석 박사팀 2번 줄기세포에 대한 검증결과가 나왔어. “줄기세포의 DNA 검증 결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가짜였던 겁니다.” 충 격. 끔찍한 밤이었어. 피디수첩이 검증한 2번 줄기세포는 바로 현이의 체세포로 만들었다 는 줄기세포였던거야. 현이의 줄기세포가 가짜였다구? 아빠는 행여 현이가 이 뉴스를 볼까 두 렵고 오싹해졌어. 아닐거야. 가짜가 아닐거야. 아빠도 엄마도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몰래 몰래 시시각각 터져나오는 속보들을 봤어. 그리고 며칠 뒤 마법사의 줄기세포 모두를 검증한 서울 대 조사위원회 발표가 나왔어. “모든 줄기세포를 검증한 결과 줄기세포는 단 한 개도 존재하지 않았다.” 절 망. 상황은 이미 걷잡을 수 없었어. 전 세계 주요 외신은 이 발표를 속보로 전했고 9시 뉴 스의 거의 절반이 이 소식이었어. 한마디로 뉴스가 이 소식으로 도배 된거지. 결국 현이가 입을 열었어. 아이가 뉴스를 본거야. 그리고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어. “아빠, 그럼 나...못 걷는거야?” 아빠는 그날 그 표정을 잊을 수 없었어.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야. 모든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채 금방이라도 펑펑 울 것 같은...하지만 아빠의 대답을 기다리며 간절하게 쳐다보던 그 눈망울. 하지만 아빠는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어. 도대체 뭐라고 해 줄 말이 없었 던 거야. “아빠, 그럼 나 못 걷는거야?” “못 걷는거야?” 한편 마법사는 수 백 명의 기자들 앞에서 절규하고 있었어.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그러 나 처음에 만든 1번 줄기세포는 틀림없는 진짜 줄기세포라고. 나머지 11개는 누군가 배양단계 에서 바꿔치기를 했지만 진짜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는 만큼 시간을 달라고. 6개월만 시간 을 주면 진짜 줄기세포를 만들어 보여드리겠다고.
  4. 4.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았어. 사기꾼. 거짓말쟁이. 정신병자...얼마 전까지 만 해도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줘야 한다며 칭찬일색이던 그 많은 언론들은 180도 입장을 바 꿔 질타하기 시작했어. 6개월은 커녕 곧바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신문 사설들이 등 장했고 인터넷에는 아이한테 마법사가 ‘내가 널 걷게 해주리라’며 예수님 흉내를 내는 패러디 사진이 나돌았어. 마법사는 교수직에서 곧바로 쫒겨났어. 세계줄기세포 허브는 문을 닫았고 정부는 마법사에 대 한 줄기세포 연구권한을 취소시켰어. 더 이상 이 분야 줄기세포 연구를 할 수 없게 된거지. 그리고 검찰조사가 시작됐고 7년간의 기나긴 법정 소송이 이어졌어. 그 기나긴 소송이 지루하 게 이어지는 동안 어느새 사람들은 마법사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렸어. “황우석이요? 지금쯤 감옥에서 콩밥 먹고 있겠죠.” “글쎄요. 어디 시골에서 소 키우며 산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런데 또 다른 반전이 시작됐어. 달리 뭐 새로운 게 나올게 없어 보일 것 같았던, 머리만 복 잡해질 것 같던 줄기세포 법정에서는 회가 거듭될수록 놀라운 사실들이 확인되고 있었어. 사람들이 터무니 없는 변명으로만 여겼던 마법사의 말들이 하나하나 진실로 밝혀진거야. “피고 황우석 사기 무죄. 한편 피고 김선종의 업무방해 유죄를 확정한다. 피고는 황우석 연구 팀의 정상적인 줄기세포 연구를 섞어심기와 각종 검증결과 조작 등으로 방해함으로써...” 가짜 줄기세포를 조작한 건 마법사가 아니었던거야. 마법사는 가짜 줄기세포 조작을 지시하지 도 공모하지도 않았어. 가짜일거라고 꿈에도 알지 못했어. 그는 철저히 속았던거야. 범인은 공동 연구자였어. 마법사가 이끌던 서울대 수의대팀을 도와 줄기세포를 배양, 검증하 는 일을 맡았던 미즈메디 연구팀의 배양책임자 김선종 박사. 말수는 적어도 온순하고 성실해 황우석 박사의 총애를 받았던 이 젊은 연구원은 특히 서울대 연구원들 사이에 ‘신의 손’이라 고 불릴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어. 힘없이 죽어가던 세포도 그의 손만 거치면 쌩쌩하게 다시 살아났으니까. 사실은 실력이 아니라 눈속임이었어. 그는 서울대 황우석팀이 숱한 실패를 거듭한 끝에 드디어 성공시켜 넘겨준 복제 배반포, 쉽게 말해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씨앗이 되는 이 배판포를 잘 보살펴 줄기세포로 키워내기는 커 녕 미즈메디 병원에 은밀히 보관되고 있었던 미공개 줄기세포를 가져와 현이의 진짜 씨앗 세 포가 담긴 시험관에 섞어 심었던 거야. 이미 다 자란 줄기세포는 엄청난 포식자야. 무한 증 식....왕성한 생존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험관에 담긴 양분을 쭉쭉 빨아먹었어. 어떻게 됐겠어? 천신만고 끝에 이제 막 태어나 시험관 안의 양분을 먹고 몸을 가눠야했던 현이의 어린 세포는 다 자란 미즈메디 줄기세포한테 양분을 모두 빼앗긴채 결국 떨어져나가 죽어버렸고 대신 시험 관 가득 미즈메디에서 가져온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며 자리를 잡았지. “교수님, 보세요. 현이의 세포가 아주 잘 자라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아 참 DNA 검증은 어디에서 하나요?” “예,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거기 저희 랩 출신 선배님이 계십니다.” “잘됐네요. 김선생이 노고가 많습니다.”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어. 줄기세포는 워낙 미세하기에 이를 몇 십 년 씩 만지는 전문가들이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해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어. 눈이나 사진으로는 판독이 불가능하기에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검증법은 DNA 핑거프린트라고, 유전자 지문검사를 하는거지. 마치 지문이 사람마다 다른 것 처럼 세포에는 사람마다 고유한 DNA 지문이 있는데 이걸 찍어봐서 현이의 세포와 똑같은 DNA 지문이 나오면 그 줄기세포는 확실한 복제 줄기세포가 되는거고, 만일 DNA 지문이 틀 리게 나오면 그건 가짜였던 거야. 그런데 시험관 안에 있던 줄기세포는 가짜였어. 현이의 세 포가 아니었어. 그러면 DNA 지문분석도 어떻게 되어야해? 당연히 현이의 것과 일치하지 않 는다고 나와야 겠지. 그런데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어. 뿐만 아니라 조직적합성 검사 도 모두 일치. 김선종 박사는 줄기세포에 대한 검증까지도 조작해 내밀었던거야. “교수님, 국과수에서 메일이 왔습니다. DNA 결과가 모두 Matching, 일치합니다.” “굿 굿 굿.” 마법사는 중요한 회의를 하던 중 김선종의 전화를 받고는 너무 기뻐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어. 실은 검증기관에 보내던 샘플을 교묘하게 바꿔치기해서 얻은 조작이었지만 사람들은 꿈에도 그럴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지.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세상 물정 모르기로 소문난 순진한 사 람들이었으니까. 검찰 수사 첫날, 김선종은 이 모든 조작을 털어놨어. 그리고 기나긴 법정에서 낱낱이 밝혀졌 어. 그가 이런 식으로 11개 줄기세포 모두를 속였다는 걸. 그런데 그가 왜 이런 엄청난 짓을 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아. 그는 서울대 팀이 넘겨준 줄기세포 씨앗들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다들 죽기 직전이었기 때 문에 자기 실력을 과시하려고 가짜를 섞어넣었다고 말했지만, 다른 연구원이 실험일지에 너무 잘 자라고 배양이 잘돼 ‘끝짱난다’고 썼던 세포들까지 모조리 가짜로 섞어심어버린 이유에 대 해서는 변변히 대답하지 못했어. 그가 미즈메디에서 가짜 세포를 가져온 이후 갑자기 세포들 이 오염되기 시작했지만 이를 보고조차 제대로 안하고 ‘살려 말아?’하며 늑장 대처하는 사이 사이언스 논문에 보고할 모든 세포들이 다 죽어버린 의문의 오염사고에 대해서도 그의 대답은 똑 떨어지지 않았어. 공판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마법사와 김선종이 법정에서 마주보고 앉았어. 마법사는 김선종에 게 물었지. 왜 그랬냐구. 모든 책임은 내가 지고 당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용서할테 니 지금이라도 진실을 말해달라고. 마지막 기회라고 호소했던 그날의 통화를 기억하느냐고. “죄송합니다..”
  5. 5. 마법사 앞에서 힘없이 고개만 떨구던 김선종 박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2008년 8 월28일 오후 5시경의 풍경이었어. 그 모습을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남자가 있었지. 조용히 법 정을 오가며 숱한 증언들을 자신의 수첩에 메모해왔던 이 남자는 지난날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걸 폭로했던 피디수첩의 한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어. 그 당시 피디수첩이 줄기세포 조작의 진 범인 김선종 박사를 찾아가서 했던 말. 피디수첩 스스로 밝힌 영상에 분명히 담겨있던 그 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황우석 선생님만 다쳤으면 좋겠어요.” “다친다니...” “예, 황우석 선생님만...다른 사람들한테는 피해가 안 갔으면 합니다.”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희가 2005년 그 연구결과가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황 교수님하고 직접 얘기하시죠.” “이건 황우석 박사님만 주저 앉히면 된다 그런 뜻이예요.” “....” “황교수님같은 경우에는 다음 주에 저희가 따로 인터뷰를 할 것이고 검찰수사가 시작될 겁니 다.” “황 교수님으로만 정리했으면 좋겠어요...그래서 젊은 분들이 다치는 걸 원하지 않아요.” 황우석만 주저앉히면 된다. 젊은 사람이 다치는 걸 원치 않는다. 그랬어. 피디수첩은 그렇게 진범인 김선종과 거래를 한거야. 피디수첩이 김선종의 진실을 알 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간에 그건 저널리즘으로서는 해서는 안되는 거래였어. 그러나 그들 은 그렇게 했어. 그들은 김선종으로부터 줄기세포를 누가 왜 가짜로 조작했는지에 대한 실체 적 진실 대신 황우석을 주저앉힐 수 있는 진실을 얻었지. 김선종은 마법사가 논문에 실릴 줄기세포 사진을 조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어. 실은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걸 꿈에도 의심하지 못했던 마법사가 의문의 오염사고로 줄기세포 들이 죽어버려 논문에 실릴 줄기세포들의 선명한 사진을 구할 수 없게 되자 남아있던 선명한 사진을 이리저리 편집해 마치 11개 모두의 줄기세포 사진인 것처럼 김선종이 부풀리는 걸 ‘그 렇게 하라’고 묵인했던 거였지만, 그래도 잘못한 건 잘못한 거지. 마법사는 의문의 오염사고로 세포들이 죽었을 때 논문작업을 중단시켰어야 했어. 하지만 ‘오 염사고야 흔한 것이니 그대로 진행하자’는 미국의 공동연구자 섀튼의 말을 믿고 논문을 강행 한거야. 그 흠결이 언론에 의해 폭로되면서 마법사는 김선종이 저질렀던 끔찍한 사기극의 모 든 죄까지 혼자 뒤집어 쓴 채 희대의 사기꾼이 된거야.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어둠 속으로 사라진 마법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놀랍게도 그는 다시 시작했어. 그를 따라 서울대에서 나온 스무 명의 연구원들과 함께 그는 복제 연구를 다시 시작했어. 경기도의 한 농기구 창고에서 말이야. 농기구 창고를 청소해 마 련한 연구실에서 그들은 쪽잠을 자며 동물 복제 연구에 매진했어. 바깥세상에서는 ‘국내 최초 의 복제 소 영롱이도 가짜, 세계 최초의 복제 개 스너피는 황우석이 아닌 이병천 교수의 작 품’이라고 평했지만 그들은 보란 듯이 미국에서 10여년 간 실패만 거듭했던 죽은 개 미씨 복 제에 성공했어. 이어서 코요테 복제와 질병모델동물 복제가 줄줄이 이어졌지. 모든 성과는 수 십편의 국제학술논문으로 입증받았고...하지만 세상의 편견은 꿈쩍도 하지 않았어. “정부는 황우석 박사가 다시 신청한 줄기세포 연구신청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마법사는 수많은 동물복제 성과를 이뤄내고 있었지만 줄기세포 연구만은 기회조차 얻을 수 없 었어. 인간의 소중한 난자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는 반드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할 수 있 는데 정부는 번번히 허가를 내주지 않았거든. 그 사이 현이는...불쌍한 현이는 사경을 헤매고 있었어. “아빠, 그럼 나 못 걷는 거야?” 그 날의 절망 이후 현이는 두 번이나 쓰러졌어. 첫 번째 쓰러졌을 때는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 았지만 2006년 9월10일 아빠의 교회 10주년 기념예배를 끝으로 긴 잠에 들어갔지. 숨은 붙어 있지만 아무런 거동을 할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 그나마 심장 고동조차 멈추길 여러 번. 그 때마다 현이의 가슴에 기계를 데어 가까스로 살려냈지만... “아버님 더 이상 데면 가슴뼈가 견뎌내지 못합니다. 이미 골다공증이 왔습니다.” 더 이상 기계조차 데기 힘든 절망 속에서 현이의 가족은 마지막으로 마법사를 찾았어. 현이의 줄기세포를 만들어 달라고. “황우석 박사님이시죠? 여기는 김 현군이 입원해있는 병원인데요, 환자의 가족들이 간절하게 원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김 현군의 체세포를 집도해 넘겨드릴테니 박사님께서 인수받으러 오 실 수 있으신가요?” “죄송하지만 저희는 지금 그 연구를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족들이 워낙 간절하게 원하고 계셔서...마지막 희망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제가 직접 연구원들과 함께 가겠습니다.” 마법사는 누워있는 현이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어. 그리고 말없이 의사선생님 들이 채취한 현이의 체세포를 용기안에 보관해 가져왔지. 언제나 연구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 그가 어떻게 해야 현이의 체세포로 줄기세포 연구를 할 수 있는지 많은 질문을 던졌어.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지. 현이의 체세포는 질소가스가 꽉찬 냉동 용기안에 고스란히 얼어붙어 있었어. 그리고 한 일 년 쯤 지나서였을까. 가뜩이나 좁아지고 있던 현이의 숨구멍이 막혔어. 아이의 심장박동은 점점 약해졌지.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심장박동을 자극하는 기계사용을 부탁하지 않았어. 더 이상 아이에게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눈물만 흘렸고 현이는 결국 하늘나라로 떠났어. 2008년 8월8일이었지. 아빠는 현이를 위해 기도했어. 지금 현이 네가 가고 있는 그곳은 더 이상 누워있지 않아도 되고 휠체어를 타지 않아도 되고
  6. 6. 목구멍을 손으로 막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하나님의 나라라고. 아무 걱정하지 말고 네가 멋진 청년으로 성장해 예쁜 여자 친구와 함께 밝게 웃고 있을 때면 아빠도 그 나라로 찾아 갈테니 그때 아빠 너무 미워하지 말고 웃으며 맞아달라고. 현이의 마지막 가는 길은 조용히 치러졌어. 거기엔 줄기세포가 희망이라며 몰려들던 수 백명 의 기자들도 없었고, 줄기세포가 가짜라고 몰려들던 더 많았던 기자들도 없었지. 그 곳에 마법사의 연구원들이 찾아왔어. 그들은 현이가 안장되는 그곳까지 꼭 함께 해달라는 마법사의 부탁을 받고 온거지. 그러나 정작 마법사는 그곳에 오지 않았어. 아니 올 수 없었어. 현이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볼 용기가 나지 않았으니까. 현이의 소식을 듣는 순간 마법사는 현이와 처음 만나던 그 날의 모습이 떠올랐어. "아저씨가 황우석 교수님이시죠? 히히 저 잘생겼죠? 아저씨 저 좀 일으켜주세요. 엄마하고 아 빠가 저 때문에 많이 우세요." "그래. 아저씨가 우리 현이 일어서는 그 날까지 열심히 연구할테니까 대신 현이도 웃음 잃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야해." "네~히히" 그렇게 천진무구한 아이와 손가락 걸고 맹세한 그 날의 약속을 지키지도 못했다는 죄책감에, 그리고 약속을 지킬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는 무력감이 밀려왔고 그는 현이의 빈소를 찾 을 수 없었어. 대신 연구원들을 불러 끝까지 현이의 마지막 길에 함께 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그는 목사님인 현이네 가족과는 다른 방식이었지만 현이를 위해 기도했어. “현이야, 다음 세상에 태어나거들랑 아프지 말고 고통 없이 살았으면 좋겠구나. 그 세상에서 는 고통도 없고, 설령 고통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치유할 기회는 줄 수 있는...그런 세 상에 태어나기를 아저씨가 진심으로 바랄게. 아저씨가 정말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는 현이의 죽음을 잊지 않았어. 잊을 수가 없었지. 무 한 책 임. 비록 현이는 없지만 마법사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또 다른 현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는 줄기세포 연구기회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어. 그에게는 마지막 남은 단 하나의 세포, 1번 줄기세포가 있었지. 그가 처음 만든 이 세포를 일컬어 세상에서는 ‘체세포 복제가 아닌 처녀생식 줄기세포’라고 단언했지만 그는 그들과 맞섰어. 당신들도 나도 이 분야에서 공히 인정할만한 전문가들의 공 동검증을 한 끝에 내 세포가 그래도 처녀생식으로 나온다면 내가 먼저 내 입으로 처녀생식이 었다고 인정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처럼 단 한 달간의 어설픈 검증과 이를 뒷받침하는 외국 학자들의 논문을 근거로 나더러 수긍하라 하면 나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지. 그런데 하늘이 놀라고 땅이 펄쩍 뛸 일이 벌어졌어. 그 1번 줄기세포가 진짜 복제줄기세포라는 논문이 발표된 거야. 그 후 특허가 등록됐어. 멀리 캐나다에서 그리고 미국 특허청에서 마법사 이름의 복제줄기세포 특허가 등록된거야. 사람들은 그럴리 없다며 펄쩍 뛰었지. 그러나 미국 특허청은 분명 마법사에 대한 모든 의혹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3번의 거절통보 끝에 거부할 수 없는 물증자료를 건네받은 뒤 마법사의 1번 줄기세포를 세계 최초의 복제줄기세포 특허로 그 방법과 물질 일체를 인정하고 특허증을 건네준거야. 때맞춰 세계적인 과학잡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앞다퉈 마법사의 귀환이란 특 집기사를 실었어. 그때가 2014년 밝아오는 새해 벽두였지. 미국 특허증을 확인한 그 남자, 앞서 법정을 오가며 조용히 메모하던 그 남자는 이번에는 예전 마법사가 사기꾼으로 몰려 서울대를 떠나면서 남긴 한마디...오열하는 연구원들을 뒤로 한 채 울먹이며 한 그 한마디를 떠올렸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기술은 우리 대한민국의 기술임을 언젠가 국민 여러분이 반드시 확인하 게 되실 겁니다.” 미국에서 특허 받은 우리 기술을 썩힐 수 없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어. 사실 국민 여론은 그 어떤 조사기관의 응답을 통하더라도 70% 이상이 마법사에게 연구기회는 줘야한다는 입장이었지. 하지만 세상은 이번에도 기회를 주지 않았어. 대법원은 마법사의 사기혐의에 대해 무죄임을 선고하면서도, 횡령혐의에 대해 개인적인 착복은 없었다고 선고하면서도 연구비의 부적절한 집행으로 횡령 일부 유죄, 그리고 현행 생명윤리법에 없는 난자공여제도라는 걸 했다고 생명 윤리법 유죄를 선고했어. 집행유예. 감옥행만은 면할 수 있었지만, 곧이어 마법사에 대한 서울 대 교수직 파면조치가 정당했다는 판결이 확정됐고 법원판결을 근거로 정부는 마법사에게 여 전히 연구기회를 주지 않았어. 그리고 그해 가을, 한 편의 영화가 개봉됐어. 지난날의 줄기세포 사건을 다룬 영화로 170만명 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제보자. 조용히 이 사건을 취재해오던 그 남자 역시 이 영화를 봤어. 그리고 현이를 떠나보낸 뒤 봉사 에 여념이 없던 현이의 아버지 김제언 목사님 역시 이 영화를 봤지. 아무래도 영화 속에 현이 가 나오는 것 같더라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서 말이야. 사실 그들은 그 영화를 보지 말았어야 했어. 영화는 사건을 객관적으로 다루지 않았거든. 마 법사 황우석은 사기꾼이고 이를 고발한 제보자와 피디수첩은 우리 시대 진실의 파수꾼이라는 신념을 전제로 만든 이 영화를 보고 그 남자는 이렇게 말했어. “영화를 보고 정말 많은 걸 배웠습니다.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을...” 목사님은 한숨만 쉬셨어. “제가 알고 있는 황우석 박사는 세상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런 분이 아닙니다. 저는 그 분의 인격을 지금도 존경합니다. 하지만 그 영화는 그 분의 연구기회조차 묻어버리고 있었습니다.”
  7. 7.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데, 법정에서 논문에서 숱한 진실이 밝혀진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상의 편견이 과학을 덮어버리고 일부의 진실이 전체의 진실을 덮어버리고 있었어. 그 남자는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었지. 그는 ‘황우석 라디오 더 매직’이라는 팟캐스트 라디오라는 걸 만들었어. 사실 그 남자의 직업 은 라디오 피디였거든. 남자는 쉬는 날마다 라디오를 만들러 나갔어. 그런 남자의 앞을 가로 막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그의 아내였어. 이 세상에서 그를 제일 잘 알고 가장 아끼는 사람. “제발 그만 좀 해. 벌써 10년이야. 당신 새벽에 잠도 못 자고 도둑고양이처럼 나가서 글 쓴 거 책 쓴 거...특집 한다고 줄담배 피우며 밤새고 들어오는 거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지만 이젠 정말 안돼. 나가지 마. 당신이 떠든다고 세상이 꿈쩍이나 할 것 같아? 제발 그만해.” 아내의 눈물 앞에 남자는 고개를 떨궜어. 다시는 쉬는 날 나가지 않겠다고 약속했지. 하지만 그 남자의 그 약속은 지킬 수 없는 거짓말이었어. 남자는 한숨을 쉬면서도 속으로 이 렇게 중얼거리고 있었거든. “그래 당신 말처럼 세상은 바뀌지 않아. 계란으로 바위치기...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가 지난 10년 간 수천 번도 더 중얼거린 말이야. 논문조작? 그래 잘못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기꾼이 아니야. 유죄판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기회는 줘야해. 과학은 과학으로 검증해야 하니까. 자 이제 마지막 반전.... 이미 눈치 채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 남자의 정체는 뭘까? 무려 10년 동안, 주변에서 황우석 박사와 무슨 관계냐는 눈총을 받아가면서도, 법정 오가고 논문 찾고 인터뷰해서 특집방송에 책 세권 낸 것으로도 모자라 라디오까지 다시 책 쓰겠다고 나대고 있는 그 미친 놈 말이야. 그 자의 정체가 무엇일까? 빙고. 그래 그 미친 놈이 바로 할애비란다. 궁금하지 않니? 마법사가 잘되든 못되든 아무 상 관없이 잘 살고 있던 이 할애비가 그 복잡한 사건에 어떻게 해서 뛰어들었는지, 그곳에서 무 얼 봤고 그가 추적한 마법사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지...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이 시간에...헐...벌써 자고 있는게냐? [황우석 사건 10년 취재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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