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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문화재단] 이끎 vol.1

  1. 춘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준비와 실험 춘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준비와 실험
  2. 시민의 품격을 깨우는 문화예술교육
  3. 1 3 2 4 PROLOGUE EPILOGUE 앎에서 삶으로 가기 위해 마주한 춘천문화재단의 이야기 지역화에 관한 이야기 / 문화시민의 성장 내적 성장에 관한 이야기 / 문화예술교육의 전환 서로를 돌보고 살피는 품격 있는 삶터 16 18 19 20 04 06 08 12 46 48 54 58 64 66 68 72 78 98 105 24 25 28 32 36 40 여는 글 키워드로 보는 문화예술교육 히스토리 맵 춘천문화예술교육 스펙트럼 ‘세계감’을 갖춘 시민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고영직 품격 있는 시민 리더, 동네지식인 동네지식인 A부터 Z 우리 동네 ‘동네지식인’을 소개합니다 활동가 인터뷰 / 농촌의 삶터 전환을 위해 이범준 / 10분 안에 만나는 문화공간, 작은도서관 정미경 동네지식인 담당자 이야기 돌아온 봄: 아름-다름 씨앗 See, Art 돌아온 봄 워크숍 활동가 인터뷰 / 무지개 춘천, 정상성 너머 다양한 우리 홍주리 돌아온 봄 담당자 이야기 필요한 학교 당신의 동네에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활동가 인터뷰 / 꽃 세상 초록 세상, 우리 동네 꽃동네 정영희 필요한 학교 담당자 이야기 「품격 있는 시민을 잇는 문화예술교육」 8月 포럼 보다 앞으로의 이야기 춘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준비와 실험
  4.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삶과 함께하는 문화 예술교육’을 같은 해에 발표한 ‘문화비전2030’에서 ‘사람이 잇는 문화’를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2021년 「지역문화진흥법」 시행으로 지역 문화 기반과 물적 시설을 갖춰나가는 근거 가 마련되었고, 민선 7기 춘천시 또한 자치분권의 흐름 속에서 시민 스스로 지역 문 화 의제를 발굴·실현해나가고자 하는 주도적·자치적 활동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제 지역은 각자의 독특한 문화 자원과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해 무엇 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준비가 이루어져야 하는 시점입니다. 춘천문화재단은 이러한 지역화 흐름과 관련해 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설 수 있 는 가장 큰 임팩트 중 하나가 문화예술교육이라고 선언합니다. 실제 최근 문화예술 교육 경향을 보면 자율성·다양성·창의성·공동체성 등이 강조되고 있고, 문화시민· 세계시민 감수성의 역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을 단순한 미적 교육, 다양성 교육, 여가 교육 형태를 떠나 ‘시민’이라 는 개념에 주목한 것입니다. 기존 문화예술교육 대상이었던 학생, 지역 주민, 공동 체, 문화 소외계층 등 이들 모두는 언뜻 다른 대상으로 보이지만 사실 시민사회의 구성원이자 주인인 시민입니다. 춘천의 문화예술교육 임팩트는 미적 감각에서 생의 감각으로 향하고 있고, 나 자신 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해 가족과 이웃을 만나고 춘천과 세상을 만나고, 그리하여 모두를 만나는 과정에서 인생의 발견부터 인생이 전환될 수 있는 모든 변화의 요소 를 담고 있습니다. 춘천이 지향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은 개인과 사회의 성숙을 이끌어내는 ‘품격 있는 시민성’을 드러내는 데 있으며, 그 품격은 이웃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실천 하며 더불어 사는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있는 시민 주체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지역의 이웃과 이웃이 서로의 품격을 끌어주는 ‘이끎이’가 되어주기를 바라며 첫 번째 <이끎>을 발행합니다.
  5. 키워드로 보는 문화예술교육 7 전환 예술감 파격 세계감 문화예술공동체 문화적삶 일상을나누는문화예술교육 서로를돌보는문화예술교육 지역화 전환문화도시춘천 문화도시춘천 관계의평상 다양성 모더레이트 주민자치 세계적인관점 최소의타격 10분안전망 글로컬 지구적문제 필요한학교 안전 안전한관계망 시민리더 낭만이웃 생애감각 미적감각 대화적대화 세계시민 살핌 평화 환경 동네지식인이성장하는도시 성장 동네지식인 돌아온봄 프로젝트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 안전한관계망이 작동하는도시 협력 품격있는사회 품격있는도시 품격있는시민을잇는 문화예술교육 품격있는시민 품격있는삶
  6. 9 「춘천 문화예술 지원법」 제정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설립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정 「지역문화진흥법」(2014. 1. 28)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기획·운영·평가 권한 위임 학교예술강사 평가 업무 이관(진흥원→광역) 민선 7기 출범 「춘천시 문화예술교육 지원 조례」 제정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시행 「춘천시 문화예술진흥 및 예술인 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 제정 「춘천시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 춘천시 마을자치지원센터 개소 「춘천시주민자치회 시범 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 「문화예술교육지원법」 개정 ‘문화예술교육사'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제도 도입 국정 과제 추진 계획 중 ‘생애주기별 맞춤형 문화복지 확대’ 중장기 핵심 과제 선정 ‘문화 다양성 보호와 증진 전략 수립 방안 연구’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교육지원법」 개정 지역 밀착형 아동예술교육센터 시범 운영(예: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제1차 문화 다양성 보호 및 증진 기본계획’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 계획’ 발표 「문화 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 제정 ‘꿈의 오케스트라’ 도입 문화체육관광부-교육부 ‘창의성과 인성 함양을 위한 초·중등 예술교육 활성화 기본 방안’ 공동 발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중장기 전략’(2007~2011) 발표 ‘예술꽃씨앗학교’ 시작
  7. 11 「춘천시 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 조례」 제정 꿈다락토요문화학교 꿈의 오케스트라 등 국비 보조금 예술교육사업 추진 춘천시 및 강원도 춘천교육지원청과 ‘1인 1예’ 교육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춘천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팀 신설 학교 안 창의예술교육사업 ‘1인 1예’ 추진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 거점 구축지원사업’ 선정(2년차) 제2차 법정 문화도시 지정(문화체육관광부)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 거점 구축 지원사업’ 선정(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포스트코로나, 문화예술교육 전환 라운드 테이블 ‘모의주행’ 춘천시 마을자치지원센터와 마을 자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 전환 매개 인력 성장 워크숍 ‘가치 안은 배움터’ 찾아가는 학교 밖 창의예술교육
  8. 13 미적 감각에서 생의 감각으로 춘천 문화예술교육 나를 만나다 나 자신 자기감각 생활감각 사회감각 도시감각 세계감각 생의 감각 가족을 만나다 또 다른 나 이웃을 만나다 친구 춘천을 만나다 우리 세상을 만나다 누군가 모두를 만나다 같은 우리 인생 발견 인생 전환
  9. 1 춘천문화재단의 이야기
  10. 17 앎에서 삶으로 가기 위해 마주한 춘천문화재단의 이야기 01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코로나19를 비롯해 화재, 홍수와 같은 재난 상황이 발생하며 우리 사회에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사람과 사람,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사이의 문제, 즉 나와 관점이 다른 누군가 에 행해지는 차별적이고 공격적인 태도에 대한 사회적 갈등 상황 역시 만 연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차별적 시선과 혐오 표현은 그 자체로 폭력이며 이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안전과 돌봄’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키워드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 사회의 불안과 공포가 그 만큼 내재화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혼란한 시대 속 문화예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문화예술교육은 단순 한 미적 교육, 여가 교육, 다양성 교육으로서의 형태를 떠나 개개인이 지닌 마음속 불안감과 불편함을 인식할 수 있게 하고, 그 마음을 다양한 예술적 형태로 표현하며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문화예술교육은 미적·창 의적 경험에 기반한 소통 역량을 북돋아줌으로써 개인의 내적 성장은 물 론 사회문화적 성장과 성숙을 이끌어가는 동력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춘천은 현재 기존 장르 중심의 예술 감상 교육에서 지역 스스로 시민의 문 화적 욕구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풀뿌리 문화예술교육으로 전환 하는 과정에 있다. 2010년도부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꿈의 오케스트라 등 거점 기반 구축사업으로 전환된 국비 보조금 사업을 재단의 필요에 따 라 비정기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왔다. 대부분 강사 및 프로그 램 매칭, 그리고 차시나 참여 인원수 제한같이 조건이 명시된 향유 사업으 로 진행되었기에 사실상 실무자들이 기반시설을 잘 활용해 목표를 달성하 면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종의 루틴 사업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점차 중앙에서 기초 단위 정책으로 넘어오며, 정책사업을 있 는 그대로 수행해온 지역 문화예술의 방향성 또한 시민의 주도성을 높이 는 가치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과 노력에 힘입어 2018년 「춘천 시 문화예술교육 지원 조례」와 「문화예술교육센터 설치·운영 조례」가 제정 되었을 뿐 아니라 2019년에는 전담 팀인 문화예술교육팀이 재단 내에 신 설되는 성과를 얻었다. 또 2019년 도시 문화 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춘천교육지원청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했고, 이는 향후 새로운 문화예술교육센터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11. 19 지역화에 관한 이야기 - 문화시민의 성장 내적 성장에 관한 이야기 - 문화예술교육의 전환 02 03 현재 춘천 문화예술교육은 지역 어린이들이 어려서부터 일상적으로 문화예술을 경험하며 표현력, 창의성, 주도성을 기른 문화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교 정규 교과목 또한 마을의 자원과 예 술 장르를 접목한 다양한 형태의 예술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시민의 성장은 민선 7기 춘천시가 주목하고 있는 최대 화두이기 도 하다. 춘천시는 시민 교육, 주민자치 지원, 마을공동체 조성사업 등을 지원하는 중간 조직을 설립하며 시민 주도성을 높이는 가치 전 력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춘천시는 현재 자치분권의 흐름 속에서 시민 스스로 마을 의제를 발 굴하고 이를 실현해나가고자 하는 주도적이고 자치적인 활동을 지향 하고 있다. 가령 기존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에게 권한이 없어 마을 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주민자치회로 변모하는 과 정에서 마을 계획을 직접 수립하고 주민 총회를 통해 직접 정책에 참 여할 수 있게 되었다. 춘천문화재단은 주민 총회를 주관하는 마을자치지원센터와 협력해 최근 2년간 주민 총회에서 탈락한 의제 중 문화적 되살림이 가능한 지역 주제 또는 주제를 중심으로 한 통합 문화 활동을 기획하고 워크 숍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문화적으로 되살림이 가능한 의제로 새롭 게 각색해냈다. 이러한 가운데 재단은 삶, 문화예술공동체, 주민자치 같은 키워드를 모두 포괄하는 문화 예술교육 활동에 전환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모색하게 되었고, 시민의 문화적 삶을 매개 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을 고민하는 시기를 보내게 되었다. 코로나19가 빚어낸 고립과 단절은 역설적으로 지역 문화예술 활동의 외연을 넓히는 결과 를 낳았다. 특히 재난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주민들은 중앙의 거대 담론이 아닌 지역 문제 와 일상에 점차 눈을 뜨기 시작했고, 자신의 안전과 행복 그리고 이해관계에 대한 논의를 점차 구체화하기에 이르렀다. 재단 또한 학교와 시설에 갇혀 있던 교육 주체의 역할을 생활권 단위로 전환하고 숙의민 주주의 활동으로의 담론 전환, 그리고 커뮤니티 공간을 지역 배움터로 전환하는 과정을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즉 지역 생활권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사고의 전환을 맞이하 게 된 것이다. 특히 재난으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학교 밖으로, 다시 또 마을로 그 활동들이 다변화하 는 과정에서 강사, 프로그램, 차시 중심 교육에서 ‘교육의 틀 깨기’ 과정을 이미 모색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동일한 시기, 교육의 틀 깨기와 자치분권의 흐름 속에서 시민 스스로 삶터의 의제를 발굴·실천해나가고자 하는 욕구가 드러났고 문화예술교육이 실제 ‘문화 시민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지난 시간이 교육의 틀 깨기, 시민 주도성 확인의 과정이었다고 한다면, 2021년부 터는 시민 누구나 접근 가능한 문화예술 환경,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한 거점 역할과 방향 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12. 21 서로를 돌보고 살피는 품격 있는 삶터 04 춘천은 문화예술 영역을 시민력 강화로 설정하고 있지만, 문화예술교육에 서는 하나의 키워드를 더 추가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품격’이다. 여기에서 ‘품격’의 주체는 이웃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며 더불어 사는 삶의 방 식을 이해하고 있는 시민이다. 춘천이 지향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은 개인의 사회적 성숙을 이끌어내 는 ‘품격 있는 시민성’을 드러내는 데 있다. ‘품격 있는 시민’, 이 말에는 기 본적으로 사람과 공동체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전제되어 있고, 이것은 세 계시민의 역량과도 연결된다. 이제 현대사회에서 어느 한 국가나 특정 지역의 문제라는 식의 사고는 더 는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특정한 사건, 사고, 문제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시민은 지구촌 공동체 구성원이라고 하 는 연대감을 가지고 세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안에 관해 관심과 참여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는 그러한 점에서 전 인류가 공통으로 맞닥뜨린 문제이고, 또 지 역에서 돌봄·환경·안전·먹거리 등의 의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의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시민 주체들의 노력은 그 자체로 세계시민의 철학과 감수성을 이미 내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시민 감수성을 지닌 시민 주체들의 등장을 춘천은 ‘품격 있는 시민’이라고 부르며 ‘품격 있는 시민’ 은 ‘품격 있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춘천이 말하는 품격 있는 도시는 세계시민 감수성을 지닌 ‘동네지식인’이 성장하는 도시, 서로를 돌보고 살필 줄 아는 도시, 이웃 간 안전한 관계망 이 작동하는 도시다.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 거점 조성사업으로, 세 가지 대표 사업인 세계시민 문화 감수성을 지닌 지역 인재 발굴 사업 ‘동네지식 인’, 이 시대의 차별과 혐오에 맞서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끌어안는 문 화 다양성 예술교육 지원사업 ‘돌아온 봄’, 그리고 정주 예술인이 지역에 필요한 돌봄교육을 직접 기획하는 ‘필요한 학교’가 있다. 춘천은 이처럼 앞으로 일상을 나누고, 서로를 돌보고 살피며 건강한 문화 예술교육이 지역 곳곳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13. 23 2 주체 성장의 이야기
  14. 25 01 품격 있는 시민 리더 ‘동네지식인’은 지역의 다양한 이슈를 내 삶 안으로 끌어들여 작지만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동네지식인은 세계시민1) 으로서 삶터 곳곳에서 지역 주민과 사 람·성장, 환경, 평화·협력 등 여러 이슈를 바탕으로 삶의 경험과 자기 철학 을 주제와 연결하는 과정을 거치며 세계관 ‘보다’에서 세계감 ‘느끼다’로의 확장을 통해 내가 사는 ‘삶터’에서 ‘세계’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의 성장을 꿈꾸는 사업이라 정의할 수 있다.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을 읽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역량과 태도를 갖춘 시민 리더의 활동을 지원하며 사람· 성장, 환경, 평화·협력 등의 주제를 가진 ‘사람책’이 되어 이웃과 살아 있는 지식을 나누고 삶터를 보다 건강한 배움터로 전환해나갈 ‘품격 있는 시민 리더’ 동네지식인의 성장을 기대한다. 1) 특정 국가의 국민으로서만이 아니라 인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세계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지구촌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는 사람 품격 있는 시민 리더, 동네지식인 - 동네지식인이 성장하는 도시 동네지식인의 첫 번째 형태는 우리 주변에 ‘김치를 잘 담그는 영희네 엄 마’, ‘마을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준수네 할아버지’처럼 동네 이웃에게서 배우는 삶의 지식 배움터를 고민하고 기획한 것이었다. 사업을 준비하고 다양한 시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생각한 지식의 형태가 조금 더 깊고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금 이 사업의 형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섰고, 어느덧 우리 세대에게는 지역, 동네라는 말이 조금은 어색해졌다. 2030세대의 어린 시절에는 골목 구석구석 앉아 이웃집 아이의 숙제를 봐주거나 종이접기를 가르쳐주는 어 른이 계셨으며, 동네(삶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 소소한 경험을 나누 는 장소(앎터)이기도 했다. 동네가 없어진다는 건 이런 문화가 사라진다는 것이 아닐까? 우리에게 친숙한 스티브 잡스, 스티븐 스필버그의 공통점을 아는가. ‘유명 하고’, ‘부자이며’, ‘성공을 거머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이들의 공통점은 성공의 초석을 동네에서 다졌다는 것이다. 동네는, 그리 고 지역은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가장 쉽고, 가장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동네지식인 A부터 Z 02
  15. 27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스티븐 스필버그는 자신의 동네를 찍어 주민을 대상으로 상영회를 했고, 스티브 잡스도 동네 사람들 을 대상으로 컴퓨터를 팔았듯 춘천 시민들도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동네 이웃과 나누며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얻는 시간이 필요했다. 읍·면·동 단위 마을 공유 공간 중심의 낭만 시민 배움터 조성을 꿈꿨고, 얕 은 배움이라고 할지언정 자신만의 생각과 언어를 가지고 운영하는 공론장 을 꿈꾸며 우리의 주체를 모집했다.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을 읽고, 지역 안에서 이야기를 나눌 동네지식인을 기다렸으며, 우리는 마침내 14명의 동 네지식인을 마주할 수 있었다. 동네지식인의 선발 과정은 이전 지원사업과는 그 형태를 다르게 준비했다. 일대일 심의 혹은 다수의 심의 위원과 다수의 지원자가 일정한 시간 안에 질의응답을 하는 형태가 아닌 모든 지원자가 한 공간에서 자신이 왜 동네 지식인 사업에 지원했고, 앞으로 어떤 동네지식인이 되고 싶은지를 서로에 게 밝히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심의 방식을 기존과 다르게 한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동네지식인이라는 사업 이름 때문인지 몰라도 다들 누군가에게 나의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 지원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더더욱 다른 이들의 대화를 귀담 아듣는 동네지식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서로의 이야기부터 경청하는 자리 가 필요했다. 동네지식인의 심의가 끝나고 담당자에게 남은 숙제는 누군가를 가르치려 는 동네지식인에게 이 사업을 다시 설명하는 것이었다. 보통 사업은 사업 참가자를 선발하면 바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는 길고 오래가는 관계를 만들고 더 나은 공론장을 운영하기 위해 일대일 혹은 일 대 다수 워크숍을 운영했다. 동네지식인 프로젝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활동 이 아닌 자신의 동네에, 그리고 지역에 필요한 이야기를 던질 줄 아는 것이 다. 나 혼자가 아닌 ‘이웃’과 함께 만들고 바꿔보는 소셜 디자이너가 바로 동네지식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우리의 진심이 닿아서였을까. 14명의 동네지식인에게 작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주체가 아닌 누군가와 고민하고 함께 배우는 관계로의 발걸음을 내딛었으며, 14명의 동네지식인은 열 번의 공론장을 운 영하며 열 번의 만남을 통해 사람(人)과 장소(IN)를 알아갔다. 동네지식인들은 만남을 통해 자기 자신만의 고민으로 생각하던 것을 세상 에 꺼내어 보였고, 그 과정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발견을 하고 해법을 찾았 는가 하면, 각자의 고민을 조금은 더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 르렀다. 우리가 이 모든 활동에 의미를 두는 이유는 하나의 사람, 하나의 생각으로 시작한 그들의 이야기가 열 번의 만남을 통해 구체화되었기 때문이다. 책 으로 치자면 10개의 목차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 동네에서 동네와 지역, 나아가 세계를 위해 고민하는 활동을 통해 서로를 돌보는 관 계를 형성하고 있다. 동네지식인의 앞으로 행보는 공론장을 통해 발견된 가치와 이야기를 더 넓 은 곳에 뿌리며,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앎터를 삶터로 만드는 ‘사람책’ 활동으로 더 깊어질 예정이다.
  16. 29 진정한 마을 돌봄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실레 마을의 동네지식인! 금병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민속놀이를 통해 놀이마당을 열어주기 위해 동네 주민과 함께하고, 아이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하는 다 정한 어른! 춘천 청년을 위한 진로 프로그램 개발에 관심 이 많은 동네지식인! 20대 대학생, 취업 준비 생, 직장인 관련 전문가를 만나며 춘천에 알맞 은 진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연 구자! 아이와 어른이 함께 행복한 돌봄을 고민하는 동네지식인! 돌봄 현황부터 우리가 나아갈 돌 봄의 방향을 찾기 위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춘천의 이곳저곳을 다닌다. 서로 돌보는 관계 를 꿈꾸는 돌봄 전도사! 우리 동네 쓰레기 처리장을 바라보며, 우리가 환경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하는 동네지 식인! 주민자치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방 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찾아다 니는 열정맨! 미학에 대해 심도 있게 파고드는 동네지식인! 춘천의 다양한 예술가를 만나며 그들이 생각하 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그들의 삶의 쉼표가 무엇인지 질문과 답변 안에서 내가 만들어가는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려는 컬렉터! ‘춘천 시민의 삶’ 자체에 관심이 많은 동네지식 인! 춘천 시민들을 만나면서 우리 지역과 지역 안에서 그들의 삶에 대한 질문을 깊이 있게 던 진다. 나와 그리고 지역에 대한 깨달음을 선물 하는 산타 같은 존재! 우리 동네 ‘동네지식인’을 소개합니다 길범수 김현경 김운시 김신구 김희정 김진영 03
  17. 31 제2의 인생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동네지식 인! 기대수명이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60대 이 후의 삶에 대한 고민을 던지고, 그 답을 함께 찾아나갈 시민과 전문가를 만나는 신중년의 삶에 대해 알아보는 진정한 신중년! 신중년의 삶을 어떻게 하면 멋지게 살아갈 것 인지 고민하는 동네지식인! 단순하게 신중년 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은퇴 설계, 딴짓, 봉사, 웰다잉에 대해 춘천 시민들과 꼼꼼하게 이야 기를 나눠보는 선한 영향 연구가! 환경문제에 대해 늘 고민이 많던 동네지식인! 나만 불편한 건 아닐까, 혼자 고민하는 모습에 서 부딪혀보는 자세로 바꿔 동네 주민들과 함 께 환경 관련 공론장과 프로그램을 실험해보 는 도전 정신 그 자체! 헌 옷으로 업사이클링 공론장을 여는 동네지식 인! 천을 만지며 우리 마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 를 속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 해 모든 동네 이웃을 이야기꾼, 그리고 '사람책' 으로 만들어주는 진정한 스토리텔러! 서영림 장승진 오순희 허미순 삶은 물론 춘천의 역사, 문화도시의 정체성까 지, 진정으로 궁금한 것은 빠짐없이 알아보는 동네지식인! 문화도시 춘천으로 나아가기 위 한 발판을 시민의 관점에서 낱낱이 파헤쳐보 는 ‘찐’ 탐구가! 예술적 관점에 대해 깊게 알아보는 동네지식 인!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림이라는 매개 를 바탕으로 예술과 삶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 를 나누고 그것을 표현하는 예술가! 박광희 박신영
  18. 33 농촌의 삶터 전환을 위해 동네지식인 이범준 농촌에서도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자연이 좋아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농촌에 정 착했다는 이범준 씨는 농촌의 삶터 전환을 위해 활동하는 동네지식인이 다. 2018년 동면 상걸리에 이사 온 이후 3년째 농장을 운영하며 춘천문 화재단과 협력해 도시민이 농촌의 삶과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의 장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는 농작물을 키우고 이웃과 정을 나누는 농촌의 소박한 삶이 좋았지 만, 또래와 이야기 나누면서 맥주 한잔할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고 한다. ‘농촌 생활이 이렇게 행복하고 즐거운데 또래 친구들은 왜 농촌을 떠나 도시로만 갈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한 삶터에 대한 관심은 그를 동네지식 인 사업으로 이끄는 계기가 되었다.
  19. 35 이범준 씨는 공론장을 운영하면서 동네 주민은 물론 농촌에 정착하고 싶은 도시 청년들까지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그에게 이야 기보따리를 터놓는 이들의 공통적 주제는 생활 터전, 교육, 문화 활동의 결핍. 농촌에 산다는 이유 하나로 소외받고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음 아픈 일도 더러 겪었다고 한다. 그가 열 번의 공론장 운영을 마치고 난 이후 바라는 모습이 있다면, 농촌 에서도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서로 의 삶을 나눌 수 있는 하나의 작은 공간을 시작으로 농촌에서도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큰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며 “농촌 문화와 공동체가 다 시 활성화되어 농촌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도 주말이면 농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익숙해질 수 있도록 농촌의 삶터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포 부를 전했다. 이에 덧붙여 “많은 사람이 스스로 삶터의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주 도적인 모습으로 활동하는 동네지식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 께 전했다. “처음에는 ‘지식인’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게 느껴졌어요. 하지 만 그만큼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시선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생각 했고, 제 개인적인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을 모으는 것이 아닌, 다 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지역을 위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았어요. 지식인이니 ‘내 지식을 전파 할 거야’라는 마음을 갖기보다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의 이야 기를 듣고 하나로 정리하는 것이 지식인의 역할이 아닐까요.”
  20. 37 10분 안에 만나는 문화공간, 작은도서관 동네지식인 정미경 ‘책 읽는 문화도시 춘천’을 위하여 책 읽는 문화도시 춘천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동네지식인 정미경 씨는 대학 강사로 활동하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일 을 그만두게 되었다. 변화된 상황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한층 여유로워 진 시간 덕분에 다른 의미와 행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2018년 소소하게 시작한 도서관 봉사 이후 지금은 작은도서관 부관장 직을 맡고 있는 정미경 씨는 도서관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이용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희열을 느낀다고 말한다. 작은도 서관이 동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 록 변화를 꾀하고 그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는 주기적인 홍보와 교육도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21. 39 여러 차례 공론장을 운영하며 희망적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었지만, 한편 실질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작은도서관을 이용 하는 이용객이 많지 않을뿐더러 특정 지역에 밀집한 구조와 운영 자원 및 인력 부족 문제로 운영하기 힘든 점이 많다는 것이었다. 열 번의 공론장을 모두 운영하고 난 이후 그가 꿈꾸는 것이 있다면, 도서 관이 부족한 지역에 ‘10분 안에 만나는 문화공간 작은도서관’을 설립하 는 것. “단순히 책 읽는 공간이라기보다 문화, 예술, 교육, 돌봄을 아우르 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문화 안전망을 만들고 싶고, 공론장을 마친 이후에도 더욱 주체적이고 깊어진 동네지식인의 모습으로 작은도서관 의 역할에 대한 공론화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나가고 싶어요"라는 바람 과 포부를 밝혔다. “이번 ‘동네지식인’ 사업을 통해 작은도서관 부관장으로서 느낀 어 려움이나 아쉬운 점을 공론화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뻤어요. 또 이번 활동을 통해 민과 관을 연결해주는 하나의 매개체로서도 중 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요.” “작은도서관 관장과 봉사자에 대한 지원이 없어 자원 활동가가 점 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예요. 도서관 봉사자들의 열정과 재능 기부 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도서관 운영진으로서 적당한 대우를 받 으며 소속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22. 41 04 “세계시민의 철학을 지난 시민 주체를 발굴하고 삶터 곳곳에서 공론장을 운영할 ‘품격 있는 잔소리꾼 동네지식인’을 찾습니다.” 이 사업을 세상에 처음 내놓았을 때 홍보 문구다.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를 준용해 ‘사람·성장, 환경, 평화·협력’이라 는 키워드 아래 춘천 안에서 자신의 이웃들과 선한 참견자로서 함께할 시 민 주체를 발굴한다. 이것이 이 사업의 목표였다. 지금에야 부끄러운 자기 고백을 하나 하자면, 사실 담당자인 나에게조차 어려운 주제였고, 과연 시민들은 이 사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참여해주실 까,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또 한편으로는 ‘동네지식인’ 이라는 사업명 때문에 풍부한 자신의 지식을 이웃에게 나누기 위한 사업 으로 오해하실 것 같다는 걱정도 컸다. 사업 설명회를 통해 우리 사업은 한 명의 사람을 한 권의 책, 하나의 콘텐츠로 바라보았고 자기 경험을 기반으 로 좀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하길 바란다는 소망도 담았다. 공고 기간이 마감되고 나의 메일함에는 동네지식인으로 나아가고 싶은 열네 가지 이야기가 도착했고, 우리는 대망의 첫걸음을 떼었다. 선정된 14명의 시민은 자신만의 언어로 왜 동네지식인이 되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이야기의 끝마무리는 ‘~ 이러한 이유로 이웃에게 내가 가진 지식을 기반으로 공론장을 운영하고 싶다’ 였다. 우려 했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우리 동네의 마을 돌봄 문제를 진지하게 나누고 싶다’, ‘농촌을 삶 터로 바꾸고 싶다’, ‘지구의 몸살을 우리 동네 주민들과 논해보고 싶다’, ‘신 중년의 삶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 등 각각의 주제는 앎터를 내가 사는 삶터 로 바꾸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결국 담당자로서 14명의 동네지식인 과 직접 만나 우리가 왜 이 사업을 하기 시작했는지 낫낫한(말이 친절하고 상냥하다의 순우리말) 언어로 이야기해보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동네지식인 담당자 이야기 동네에서 똑똑한 사람이 아닌, 마음을 똑똑 두드리는 사람이 되기까지 동네지식인을 찾습니다! 동네지식인을 위한 여정의 시작 일대일로 만나 이야기하며, 한 명의 사람을 만났다기보다는 하나의 세계를 만난 느낌이었고 서로의 방향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1박 2일 업무 시간 14 시간을 제외하고 목이 쉴 정도로 동네지식인의 생각을 끌어내기 위해 이야 기했다. “내가 우리 동네에서 잘났고, 똑똑하다고 자랑하는 사업인 줄 알았 더니만 결국은 공론장에서 나도 배우는 시간을 거쳐야겠구먼. 허허허!” 호 탕한 웃음 뒤에 쓰게 입맛을 다시던 동네지식인 한 분이 한 이 말이 가장 마음 깊게 남은 건 아마도 자기 생각을 깨고 새로움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 다는 비장한 선포 같았다. 조금 더 깊게, 조금 더 굳게
  23. 43 04 동네지식인 14명은 담당자와의 만남이 끝난 뒤, 지원신청서와는 달라진 계 획서를 준비했고, 자기 경험으로 시작된 궁금증, 답답함, 고민 등 우리 지역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열 번의 만남을 준비했다. 열 번의 만남을 통해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의 전문가, 이해관계자, 일반 시민 을 만나 각자의 주제로 열 가지 목차를 더하기 시작했다. 나의 지식을 이웃에게 나누러 왔던 동네지식인들이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는 시간으로 바뀐 이 시간이 과연 얼마나 잘 운영될 수 있을까, 담당자 의 걱정은 기우였다는 듯 공론장은 잘 이어졌고, 그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관계로 발전해나갔다. 공론장을 운영하는 동안 우리의 동네지식인 은 사람으로서의 ‘人’도 발현되고 있었지만, 우리 지역 안의 다양한 공간을 바라보는 ‘IN’의 관점도 풍부해지고 있었다. 동네지식인들이 운영하는 공론장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일대일 만남을 통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부터 4명이 소모임을 만들어 다양한 이 야기를 수집하는 방식까지, 형태는 다르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존중하고 수 용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나로부터 시작한 문제 나 고민이 우리 동네 안에서 관찰과 연구로 이어지고, 새로운 공동체 형태 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마을공동체 지역사회 일부분을 변화시킬 주제로 바뀌어가고 서로 공감하는 공동체로 나아가고 있다. 동네지식인들은 자신만의 새로운 목차를 만들고 있고, 앞으로 그들은 목차 가 탄탄한 ‘사람책’으로 변화해 우리 지역을 위한 활동을 이끌어나갈 것이 다. 남들보다 나은 지식을 바탕으로 지식인으로 활동하려 했던 그들이 사람 (人)을 만나고 우리 지역의 장소(IN) 안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똑! 똑! 하고 두드리는 ‘사람책’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동네지식인 담당자 이야기 140번의 만남 우리는 앞으로
  24. 45 3 돌봄과 살핌
  25. ‘돌아온 봄’은 우리 일상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 그로 인한 갈등을 문 화적 시선에서 바라보고 성찰을 통해 이를 뛰어넘어보고자 기획한 문 화 다양성 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경계 없는 생각, 가치 안은 행동을 동네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지역 예술인 및 활동가들과 함께하며, 지 금 우리가 반드시 회복해야 할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표현, 즉 ‘품격’ 을 이야기함으로써 혼란과 무례함으로 가득한 이 시대에 ‘더불어 살 아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경계 없는 생각, 가치 안은 행동” 돌아오다: 품격 있는 인간성의 회복 봄: 포용과 연대의 따뜻한 시선 돌아온 봄: 아름-다름 씨앗 See, Art 서로를 돌보고 살필 줄 아는 도시 01
  26. 예술을 통해 ‘문화 다양성 감수성(다름의 이해)’을 표현하고 그에 대한 생 각을 공유한다. 장애인, 다문화 가정, 성소수자 등 단위 대상적 구분이 아닌 차별, 혐오, 갈등, 편견, 인권 등 넓은 의미의 문화 다양성 개념을 바탕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일상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문화 다양성 문제를 알아본다. 교육 기간 2021. 10. 15(금)~11. 6(토) / 매주 토요일 총 4회씩 2기수 진행 오전반 오전 10시~오후 1시 오후반 오후 2시~5시(오후반 1회차 수업은 예외적으로 10월 15일에 운영) 운영 방식 1회차 비대면 워크숍(zoom 워크숍) / 2~4회차 대면 워크숍 강사진 이소희ㅣ드라마라운지 대표, 한양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 노승희ㅣ청주대 연극영화학부 조교수 김현정ㅣ극단 ‘해’ 대표, 한국교육연극학회 이사 / 외 3인 돌아온 봄 워크숍 ‘돌아온 봄’ 역량 강화 워크숍 01
  27. 51 Q 워크숍 참가 전, 어떤 기대를 했나요? Q 워크숍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된 것이 있나요? Q 워크숍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Q 4주 후 변화한 모습의 ‘나’에게 한마디! 문화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지만 체감하진 못했어요.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문화 다양성이라는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단어를 워크숍에서 어떻게 풀어갈 지 기대가 되었어요. 처음에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팀원들이 자신의 어려움에 대 해 얘기해주신 걸 듣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기대감이 점점 커졌어요! 강의인 줄 알고 참가했어요. 제가 문화 다양성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지 확신이 없었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실지 많이 궁금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각자 캐릭터를 해석하는 지점이 다르다는 것이 재밌었 어요. 역할극을 통해 문화 다양성은 생각보다 우리 주위에 많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문화 다양성에 대한 것을 가까이하고 있었음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본다는 것. 내가 맡은 역할로 상대에게 폭언과 멸시 를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서워졌어요. 약자 입장의 역할을 하면 서 다수의 공격을 막기 어려웠거든요. 이론 강의보다 문제의 본질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않았던 우리를 움직이도록 다시 한번 채찍질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다양성을 존중해야 할까?”라는 마지막 질문이 기억에 남아요. 오래 고민해봐야 할 질문인 것 같아요! 강사님이 “문화 다양성을 어떤 범주까지 이해해야 할까?”라고 질문하셨어요. 사실 개인의 취향 정도로 이해했는데, 이 질문을 받고 조금 막연해졌어요. 동화 <미운 오리 새끼> 속 나무꾼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 요. 나무꾼 하면 대개 남자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있었더라고요! “다르다는 것은 무엇이고, 문화의 기준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뜨거운 의자(핫 시팅)’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다른 이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는데 평상시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지 않으려 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 달았어요. 문화 다양성에 조금 더 민첩해지자!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매년 돌아오는 봄이 늘 새롭고 좋듯이 우리를 늘 새롭고 다양한 시선으로 돌아보길! 좀 더 자주 다름을 이해하며 살아가자! 이런 것도 생각하다니···. 앞으로 더 넓어지고 깊어질 너를 기대할게!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줘 고맙다. 서두르지 말고, 부드럽게 다가가보장♡ 고정관념을 깨고 관점이 확장되었으면 해. 나의 성장을 기대해! 돌아온 봄 워크숍 참가자들의 이야기 1. 2. 3. 4. 10. 11. 12. 13. 14. 15. 5. 6. 7. 8. 9. 16. 17. 18. 19. 20. 21. 22. 23. ‘돌아온 봄’ 역량 강화 워크숍 1회차를 마치며 01
  28. 53 강사 참가자 백 마디 말보다 단 한 번의 눈빛이 중요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사람의 태도 가 큰 힘을 가질 수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번 ‘돌아온 봄’ 사업을 하면서 문화 다양성에 대해 책을 찾아보며 공부 하게 되었어요. 사실 이미 알고 있던 건데 실천하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다름을 인지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 어요. ‘이러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 자신을 정화하는 기분 이 드네요. 또 나에게 이런 시간이 꼭 필요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문화 다양성을 주제로 문화예술 교육이나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데, 그럴 때마다 제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태도 를 성찰하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 듣는 이야기나 생각이 저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어 너무 너무 좋아요.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여기던 사람이 상황극 안에서 문제 상황을 지혜롭 게 해결해나가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내 생각만이 정답이 아니구나’ 하 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사람마다 해결책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어요. 사람들의 생각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 어요. 워크숍을 하는 동안에는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워크 숍이 끝난 뒤에는 또다시 고민에 빠지게 될 것 같아요. 정말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야 하는 주제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때, 대안점을 주기 위해 말하는 것과 지적하기 위 해 말하는 것은 다른 것 같아요. ‘나는 과연 어떤 대안점을 내비치며 이야 기할까’ 저를 돌아보았어요. 또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존중하며 대화할 수 있을까’, ‘진정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계속 고민할 것 같아요. 돌아온 봄 워크숍 참가자들의 이야기 1. 2. 3. 4. 5. 6. ‘돌아온 봄’ 역량 강화 워크숍 3회차를 마치며 01
  29. 55 무지개 춘천, 정상성 너머 다양한 우리 ‘이응기역(ㅇㄱ)'은 홍주리 씨가 인권이라는 단어의 초성만 따서 만든 돌 아온 봄 활동 단체명이다. 인권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온 그는 춘 천에서 다양성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위서린 씨와 함께 프로젝트 에 참여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다양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다름의 인정, 일종의 편견을 깨는 작은 시작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고 한 다. 그는 여러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다양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충돌하지 않고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돌아온 봄 ‘이응기역’ 홍주리
  30. 57 그가 청소년을 교육 대상으로 정한 이유도 어른에 비해 일반적인 사회 의 틀에 덜 갇혀 있기 때문에 표현에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다. 일상 속 만연한 차별과 혐오, 갈등이 발생하는 문제를 다양 한 시각으로 관찰하고 일반적인 강의보다는 즉흥극이나 시각예술 같은 문화예술로 접근해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 어서였다. 단절이 아닌 연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혐오도 갈등도 없는 평화의 공존. 무지개 춘천, 정상성 너머 다양한 우리를 꿈꾸는 홍주리 씨의 소망 이다. “어릴 때 저는 자존감도 낮고 정상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어요. 사회규범에 들지 못하면 실패한 사람 같았거든요. 이 시기에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일반적 범주에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다름을 표현하는 방 식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조금 덜 힘들지 않았을까 싶더 라고요.” “10년, 20년 후 미래를 생각해본다면 지금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비상식으로 바뀔 수도 있어요. 세상의 규칙에 얽매여 사람들 이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기답게 사는 게 어려운 건 아니잖아요.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 누구도 높거나 낮지 않은 평등한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온전히 한 사람으로서 인 정하고 혐오의 시선이나 갈등이 없는 춘천을 기대합니다.”
  31. 59 가을의 정취가 묻어나는 2021년 11월 첫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 춘천시 청 뒤편에 있는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 했다. 공간에 들어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둘러앉은 사람들을 면면이 살펴보니, 20대 초반부터 90세 어르신 까지 다양했다. 겉모습만 봐서는 도무지 이들이 왜 모인 건지 예측하기 힘 들었다. 이 모임은 바로 춘천문화재단 문화 다양성 예술교육 ‘돌아온 봄’ 워크숍이었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은 춘천 시민들이 중앙의 거대 담론보다 지역이라 는 내 삶터 안에서의 안전과 행복,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춘천문화재단은 이러한 상황과 더불어 지역분권화 정책에 따라 기 존 학교와 시설에 갇혀 있던 교육 주체의 역할을 생활권 단위로 전환하고, 숙의민주주의 활동으로의 담론 전환, 그리고 커뮤니티 공간을 지역 배움터 로 전환하고 시민 스스로 삶터의 의제를 발굴·실천하는 등, ‘문화 시민력’ 을 강화하는 경로로 새롭게 설정하고 활동으로의 연결을 모색했다. 기초 단위 문화재단이 문화예술(교육) 거점으로서 시민 누구나 접근 가능 한 문화예술 환경,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한 역할과 방향을 본격적으로 이야 기하는 2021년, 춘천문화재단이 추가한 키워드는 바로 ‘품격’이다. 춘천이 말하고자 하는 ‘품격’은 사람과 공동체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전제 로 하며, 이는 세계시민의 역량과도 관계가 있다. 어느 특정 국가나 지역의 문제가 결코 그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님이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통 해 여실히 드러난 것처럼 우리는 지구촌 공동체 구성원이라는 연대감을 가 지고 전 인류가 공통으로 맞닥뜨린 특별하고 다양한 사안에 관해 관심과 참여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세계시민 감수성을 지닌 ‘품격 있는 시민’의 등장이야말로 ‘품격 있 는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겠다. 춘천에서 는 이러한 ‘품격 있는 시민’을 ‘동네지식인’이라 명명했다. 춘천이 말하는 품격 있는 도시란, 결국 세계시민 감수성을 지닌 ‘품격 있는 시민’이 ‘서로 를 돌보고 살필 줄 아는 도시’, ‘이웃 간 안전한 관계망이 작동하는 도시’를 일컫는다. 돌아온 봄 담당자 이야기 ‘다름’의 품격 돌아오다: 품격 있는 인간성 회복 봄: 포용과 연대의 따뜻한 시선 01
  32. 61 01 최근 몇 년 사이에 매체를 통해 빈번하게 오르내리는 뉴스를 톺아보면 많 은 부분 ‘차별’과 ‘혐오’, ‘갈등’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런 우리 일상에 만연한 다양한 갈등 요소는 말 그대로 또 다른 폭력과 차 별을 부추기고 다시 새로운 갈등을 야기한다. 문화 다양성이라는 개념이 그 자체로 차별이나 갈등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춘천이 문화 다양성 측면에서 주목한 것은 다름에서 오는 차별과 갈등 요소를 문화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예술적 성찰을 통해 다름을 이해 하고 존중하고 인정하는 계기를 마련해보고자 함이다. 춘천에서는 다양한 예술가 시민, 활동가 시민을 만날 수 있다. 문학, 연극, 미술, 움직임, 음악 등 예술 장르를 기반으로 하거나 인권, 젠더, 환경 이슈 등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활동의 흔적이 이들에 의해 춘천 지역 곳곳에 스 며들어 있다. 이러한 지역적 환경에서 문화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로 자신의 장르와 활동을 연결해 문화적 표현 활동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즉 ‘다름’이 라는 문화 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가치 중심 프로젝트 연구를 팀 단위 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문화재단으로서는 획기적인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장애, 다문화, 새터 민 등의 단위 대상 중심 사업은 이미 많은 기관과 단체에서 진행하고 있지 만, 그 상위 단계로서의 다름에 대한 성찰을 통해 예술교육으로의 전환을 이끌어내는 것, 시민 스스로 다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상생과 공존의 방향 을 모색해 예술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드문 사례다. 다만 다름에 대한 성찰의 계기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역에서 다양성, 다름이라는 키워드는 아직은 낯설고 어려운 주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 실이다. 여러 경험을 통해 재단이 시민과 함께 손잡고 어려움을 타파해나 가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미 절감하고 있었다. 따라서 교육 연극 장르를 통해 여러 가지 방법론으로 다름을 접할 수 있도록 워크숍을 설계했고, 2기수 총 8회차 수업을 진행했다. 우리는 다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돌아온 봄 담당자 이야기 과연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우리는 일상에서 서로를 돌보며 살피고 있을까?
  33. 63 01 워크숍 참가자들은 ‘다름’을 정의하는 것도 이해하는 과정도 사람 수만큼 이나 다양하고 폭넓었으며 깊이가 있었다. 물론 짧다면 짧은 이번 워크숍 으로 개인의 가치관과 철학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이 말하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우리 춘천이 변화의 시작점에 서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춘천은 지금 이 당연하지만 당연하지만은 않은 명제를 두 팔로 힘껏 끌어 안아 나와 우리의 삶 안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 변화가 우리를 서로 돌보고 살필 수 있는 힘과 용기로 거 듭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다름은 아름답다” 돌아온 봄 담당자 이야기 “문화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지만 체감하지는 못했어요. 생각해볼 계기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실천하지 않았던 우리를 움직이도록 다시 한번 채찍질 하는 것 같은 워크숍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다양성을 존중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기억에 남아요. 오래 고민해봐야 할 질문인 것 같아요.” “다르다는 것은 무엇이고, 문화의 기준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요?” “편견 없이 여유 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의 공간을 넉넉히 마련하 고 싶어요.” 참가자 A 참가자 B 참가자 C 참가자 D 참가자 E
  34. ‘필요한 학교’는 재난 시대 및 분권적·자율적 사회구조의 가속화에 따라 예 술가들이 지역에 필요한 미적 체험 기반의 돌봄 활동을 자율적으로 기획하 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 지원사업이다. 지역 예술가나 활동가가 본인의 정주 지역을 중심으로 창작, 교육, 실연 등의 지속 가능한 활동 기반 을 조성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지역의 문화적 여건을 고려해 정주민인 예 술가 스스로 삶과 공동체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문화예 술의 공공적 가치를 지역사회와 지역공동체를 위한 활동으로 연결하고 이 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창작실, 작업실, 문화공간 등 지역의 배움터와 돌봄 대상, 주요 이슈를 직접 톺아보고 이를 문화예술 프로젝트로 기획·제 안해 문화예술이 곧 삶으로 연결되어 지속 가능한 사회적 돌봄, 지역 문화 안전망을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 정주 지역의 자원 을 적극 활용해 삶터에 필요한 감수성을 더해가길 바란다. 이웃 간 안전한 관계망이 작동하는 도시 예술로 십분 발휘, 필요한 학교 02
  35. 67 신사우동은 신규 아파트 등으로 이주민이 많은 편이에요. 어떻게 하면 기존 동네 주민과 이주민이 조화롭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선배 세대가 원하는 삶을 알아보고 그들이 소외된 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다니 정말 좋습니다. ‘필요한 학교’를 통해 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무엇이 필요 한지 알아보고, 자존감을 높여줄 기회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후평2동에 살고 계시는 장년층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역 어르신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 분들이 무엇을 바라시는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퇴계동은 아파트 단지가 많은 만큼 초등학교도 많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퇴 계동에 대한 애정을 불어넣고 싶은 마음이 커요. 퇴계동 주민을 인터뷰하고 곳곳을 탐방하면서 지역을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후평동에 있는 지역아동센터에는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가 많아요.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음악을 활용해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데, 그 아이들에게 가장 필 요한 건 무엇일까요? 저는 동내면을 아름답게 가꿈으로써 주민과 주민 사이의 작은 연결 고리를 발 견하는 기회를 얻고 싶어요. 예술이 아름다운 것처럼 마을을 아름답고 소중하 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북면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퇴직 교사로 나이가 적지 않지만 우리 마을에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어 시작했어요. 박사마을은 왜 박사마을일까? 박사마을에 사는 주민의 이야기를 모아 마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어요. 그리고 그에 따라 흥미로운 프로그램도 기획해보 고 싶고요. 나와 너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순간, 지역공동체로서 한마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거두리에 있는 작가들과 뜻을 같이했어요. 예술가와 지 역 주민이 연결된다면 재미있는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날까요? 정답게 인사 하고 안부를 물으며 서로를 돌보는 건강한 마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필요한 학교를 시작한 계기 사북면 동면 신사우동 서면 박사마을 퇴계동 후평2동 후평동 동내면 거두리 동내면 사암리 “당신의 동네에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02 1. 신사우동 / 김나영 5. 동면 / 이희정 3. 후평2동 / 박종구 7. 퇴계동 / 정미경 2. 후평동 / 노이영 6. 동내면 사암리 / 전경아 4. 사북면 / 오순희 8. 서면 박사마을 / 김보연 9. 동내면 거두리 / 최덕화
  36. 69 꽃 세상 초록 세상, 우리 동네 꽃동네 꽃과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동아리 ‘꽃사랑회’. 이 동아리 를 10년째 이끌고 있는 정영희 씨는 ‘우리 동네 예쁘게 가꾸기’를 목적 으로 돌봄 활동을 기획·운영하는 ‘필요한 학교’ 활동가다. 그와 꽃사랑회 는 강원도 내 노인 요양원, 노인대학, 복지관, 아동센터까지 다양한 곳에 서 봉사 활동과 재능 기부에 앞장서고 있으며, 작품 전시와 예술 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계기 또한 필요한 학교 프로젝트 실행 목적에 깊이 공감해서이며, ‘우리가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를 선도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마음가짐에서 적극 참여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필요한 학교 정영희
  37. 71 꽃과 식물을 통해 오감을 느끼고 다양한 궁금증으로 눈이 초롱초롱해지 는 아이들을 볼 때면 꽃사랑회와 필요한 학교를 시작한 보람을 느낀다 는 정영희 씨. 아이들을 시작으로 온 가족, 온 동네 주민이 함께 가꾸고 공유할 수 있는 정원 문화가 형성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언제든 달려가 무슨 일이든 기쁘게 임하 고 싶다는 의지를 다지는 정영희 씨. 춘천문화재단이 함께하는 만큼 사 업이 끝난 이후에도 멈춤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 로 연계해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과 함께 꾸준 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미래의 꿈나무인 아이들에게 스스로 가꾸는 정원 교육을 진행해 미래 춘천시를 위한 정원 문화를 형성하고, 식물이 자라면서 변화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참여하게 되었어요. 더욱이 코로나19 로 인해 대면 접촉과 자극이 적어진 아이들에게 꽃과 식물을 이용 한 활동은 자신감을 회복시키고, 의사소통 능력과 표현력을 기르 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봄 내림’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아름다운 춘천을 만들어 후손에 게 내리 대물림하자는 의미로 느껴지더라고요. 예술적 문화도 중 요하지만 살고 있는 환경에서의 문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프 로젝트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기본으로 함께 가꿔나가는 아름다운 동네, 아름다운 춘천을 꿈꿉니다.”
  38. 73 작년 이맘때쯤 재단에서 문화예술교육 특강이 있었다. 강사는 조명등을 껐 고, 벽에 걸린 하얀색 스크린 위로 칠레의 시인 네루다 파블로가 쓴 <질문 의 책> 속 시편이 한 줄씩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호기심 많은 아이의 엉뚱 한 상상력 같기도 하고 철학자의 깊이 있는 질문 같기도 한 시편 속에서 내 마음을 ‘쿵’ 내려앉게 하는 한 문장을 보았다. 나였던 그 아이, 기억의 저편에 동요 가사처럼 ‘동구 밖 과수원길’을 놀이 터 삼아 달음박질치는 말괄량이가 있었더랬다. 긴 장대를 들고 풀숲을 헤 치는 다부진 소녀 곁으로 청개구리가 뛰어가고 잠자리·메뚜기 떼가 기다 렸다는 듯이 한껏 날아올랐다. 허공으로 흩어진 존재들을 따라 올려다본 하늘은 무척 파랗고 따뜻했다. 그리고 조금 눈물이 날 것도 같았다. 당시 나는 갑자기 솟아난 복잡한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후에 하나의 감각이 동시에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공감각적 심 상임을 알게 되고, 내가 그것을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했음을 깨달 았다. 느닷없이 찾아온 감각의 확장,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그 갑작스러 운 경험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방금 일어난 일인 듯 생생하기만 하다. 필요한 학교 담당자 이야기 시민의 당사자성으로 움직이는 필요한 학교 02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하지만 어른이 되고 언어가 가리키는 틀 안의 표현들이 익숙해지며 분명 나였던 일곱 살 아이는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돌이켜보면 유년 시절, 나를 성장시킨 것은 8할이 동네 과수원길이었고, 그날 본 파란 하늘은 내가 속 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어쩌면 그 느닷없이 찾아온 감정이 나를 늦게나마 문화적인 토양으로 이끌 었는지 모르겠다. 현재 일터로 삼고 있는 지역 문화재단은 예술가, 기획자, 행정가 등 다양한 이름의 개체가 저마다 독특한 감수성을 지니고 지역 문 화 서식지를 지탱하고 있는 곳이다. 그 문화적 힘은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코로나19, 화재, 홍수 등의 재난 상황에서도 닫힌 공연장, 전시장을 대신해 더 지역으로, 더 마을로 스며듦으로써 시민들이 문화에 소외되지 않는 환 경을 조성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학교는 완전히 문을 닫았다. 어린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오랜 시간 교안과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교사와 강사들은 오프라인 교육 환 경을 급하게 온라인 또는 소규모 활동이 가능한 수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 지역사회를 비롯한 행정은 재난에 대응할 충분한 준비가 되 어 있지 않았고, 그것은 교사와 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다행히 다 소 느리긴 해도 환경 변화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주어진 교육 활동과 프 로그램이 아닌 대상이 요청하는 활동이 무엇인지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39. 75 정형화된 교실, 프로그램, 차시, 가이드라인에 존재하던 그들의 전문성과 창의성이 ‘사회적 돌봄’이라는 과제에 근접하는 본격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차례 소동을 겪고 난 후에 기획한 사업이 바로 ‘필요한 학교’다. 이 사업은 지역 예술인과 활동가들이 정주 지역의 필요한 사회적 과제를 스스로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획하는 교육(활동) 프 로젝트로, 무엇보다 시민으로서의 당사자성이 요구된다. 필요한 학교 담당자 이야기 02 사실 재난 상황 이전부터 문화예술교육 지형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 다. 최근 수년간 분권적·자율적 사회구조가 가속화되며 시 정부가 시민성과 숙의민주주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시민 자치, 시민교육, 마을공동체 조성사업 등을 주관하는 마을자 치지원센터를 포함한 다양한 중간 지원 조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성적으로 추진해오던 문화예술교육 또한 바로 이 시기, 시민의 문화적 욕구와 지역 의제를 발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기획·해결해 나가고자 하 는 풀뿌리 문화예술교육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생겼다. 즉 인구, 산업, 환 경 등 지역의 문화적 여건을 고려해 정주민 스스로 삶과 공동체 문제를 고 민하고 해결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창작, 교육, 실연 등 예술 활동 중단 및 강제적 휴식기를 맞이한 지역 예술인과 활동가의 대안적 활동 재개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다만 그들의 활동이 시대적 어려움 앞에서 문화예술의 공공적 가 치를 더욱 드러내며 공동체를 위한 활동으로 전환될 수 있기를 기대했고, 예술인이 시민의 당사자로 본인이 정주하고 있는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기획하기를 바랐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 당사자성을 드러내는 지역 예술인 과 활동가가 많아질수록 행정이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사회적 안전망이 자 연스럽게 구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1년 사업에 선정된 지역 예술인과 활동가들은 ‘필요한 학교’를 통해 과 연 지역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들을 예술적 형태와 활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혹은 어떤 거버넌스가 작동해야 하는지 다양한 질문을 쏟아낼 것이다. 문제를 바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닌, 충분히 숙의하는 과정을 거쳐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충분히 내재화하며, 문제와 현상을 직시하는 좋은 질문과 프로젝트를 기획할 것이다. ‘필요한 학교’는 기존 장르와 장르, 학습자의 예술적·감각적 경험을 통합하 는 데 그쳤던 예술교육이 다양한 영역의 활동 주체와 삶의 현장을 만나 삶 의 문제까지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또 향후 지역의 문화 적 성장과 성숙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동력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재난 시대일수록 더 많은 문을 여는 ‘필요한 학교’
  40. 77 4 보다 앞으로의 이야기
  41. 문화예술교육 지역화에 따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춘천문화재단 외 기 초 단위 문화예술교육 거점 조성사업의 참여 주체가 함께 모여 릴레이 방식으 로 포럼을 진행했습니다. 그 첫 번째 주자였던 춘천문화재단은 본 포럼에서 춘 천 지역 풀뿌리 문화예술교육의 현재를 살펴보고, 다채로운 지역 문화 활동을 매개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역할과 방향을 모색했습니다. 문화예술교육 지역화에 따른 포럼 품격 있는 시민을 잇는 문화예술교육 79 사람과 성장, 동네지식인이라는 단어로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에 대해 생각 해보았는데요, ‘더 문화로 더 지역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기초 단위 문화예 술교육이 처음으로 사람에 주목한 점이 매우 반갑고 고맙습니다. 활동가 가 오랜 시간 저의 직업이었는데, 하는 일이 활동이니만큼 활동가라고 불 렸고,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지역을 매개하는 활동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사무국장으로 불렸는데 지 금은 100% 활동가로 불리고 있습니다. 같은 일은 하면서 일정한 소득이 있으면 직업이고, 그렇지 않으면 활동일까. 이것은 아마 많은 예술가가 고 민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직업과 활동은 무엇이 비슷하고 또 다를까요? 삶이라는 전체 테두리 안에 직업이 있고, 활동이 있고, 그 밖에 개인적인 시간, 혼자 또는 가족이나 소 규모 지인과의 닫힌 소통을 하는 공간이 있을 텐데, 아마도 직업과 활동 외 에 혼자 혹은 몇몇 사람과 하는 닫힌 소통을 제외한 소통이 아닌 것을 활동 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직업’은 독일의 ‘소명’이라는 단어 에서 출발했다고 하는데, 조금 종교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직업이라는 우 리말에는 ‘생계를 위해 일정하게’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종교적인 것과 직 사람·성장 동네지식인이 성장하는 도시 제로웨이스트 춘천 활동가 송현섭 01
  42. 접적 연관은 없지만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매우 중요하다 생각 합니다. 그런 면에서 직업으로서 활동가나 예술가의 활동은 서로 교집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품격을 갖춘다는 것은 활동가나 예술가뿐 아니라 자발 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직 업에서의 성장이라고 한다면 연봉이나 직급의 상승, 그 밖에도 많은 기준 이 있겠지만 활동가나 예술가는 스스로 무엇이 성장이라고 평가할까 생각 해봤습니다. 젊은 시절, 명망 있고 존경받는 활동가를 보면 내공이 깊다, 역량이 뛰어나 다 라는 말을 많이 듣더라고요. 그것은 스스로의 노력이나 혹은 남보다 뛰 어난 성품과 능력 같은 외부의 동기 없이 자신만의 능력과 자질만으로 도 달했다고 생각해 좌절하기도 했는데, 상호작용보다는 스스로 했다는 느낌 이었던 거죠. 그래서 저도 그 내공과 역량을 쌓고 싶어 노력하던 시기가 있 었습니다. 2020년 문화도시 예비 사업 기간에 ‘활동력’, ‘시민력’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있던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내공이 나 역량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제가 활동력, 시민력이라는 말을 듣고 나 서 ‘이것은 공동체나 관습 사회에 관심을 갖는 누구나 배우고 나누고 경험 하면 쌓을 수 있는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주변 사람들 의 성장을 곁에서 혹은 멀리서 보았는데, 잘 아는 사람도 있고 여전히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그 사람들은 분명히 소통과 관계에서, 그리고 역할 에서 다분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활동력 있는 시민,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생 각해보았습니다. 결국은 더 많은 활동의 동기와 기회, 그리고 물리적 연결 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되는데, 시민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게 하고 말하 게 하고 행동하게 하면 활동력 있는 시민,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많 아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 춘천은 여러 개의 중간 지원 조직의 뒷받침으로 많은 시민이 주체가 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경험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삶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일까요? 프란츠 카프카는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 요하고 유일한 것은 ‘일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딱딱하고 텅 빈 도시, 원거리 에 목적지만 연결해주는 도시가 아니라 말랑말랑하고 밀도 있는 도시, 집 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호흡할 수 있는 신선한 공기가 있는 도시, 그리고 가벼운 걸음을 걷게 하고 때때로 멈추게 하는 이웃이 있는 도시, 그런 밀도 있는 동네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교육 또한 중앙 에서 광역으로, 지역에서 다시 동네로 스며듦으로써 사람들의 삶 가까이에 존재하고 그 가운데 시민들이 성장하고 그것이 다시 동네로 지역으로 퍼져 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협은 오랫동안 저의 일터였고, 그곳에서 인문학 교육이나 마을 모임, 소 01 81
  43. 모임 등의 경험을 축적했습니다. 그 밖에 저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녹색당, 생활자전거운동, 생활 방사능 감시, 미세먼지 저감, 제로웨이스트 등의 활 동을 했고, 그곳은 제게 동기와 경험, 기회를 준 공동체나 시민사회였습니 다. 처음에는 한 곳 두 곳이었는데, 여러 곳으로 점점 확장되고 있습니다. ‘마더센터’는 춘천여성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공간으로, 300여 명의 조합원으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으로 작은 모임을 주 체할 수 있고, 소규모 모임에서는 강연도 열 수 있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시 간도 가졌습니다. 이후 ‘월간시민자전거대행진’으로 도심에서 자동차와 나 란히 자전거를 타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습니다. 그 인파는 15명, 30명, 50명, 70명, 100명으로 늘어났고, 이들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우리 힘만으로 ‘월간시민자전거대행진’을 이끌었습니다. 즐겁고 재밌는 경험이 축적되니 하고 싶은 활동이 더 늘어나기 시작했고, 제가 살고 싶은 도시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임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춘천시 의정 모니터와 마을 연구, 생활 환경 개선 등 더 깊이 있는 활동으로 연결되었습니다. 2018년, 공익활동가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활동을 오랫동안 지 속할 수 있을까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는데요, 그때도 굉장히 떨리고 불 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모임에 계속 사람들을 참여시킴으로 써 시민들이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때도 저는 활동가란 결 국 일하는 방식과 태도가 다르고 자발적 동력으로 움직이는 사람, 혼자보 다는 함께하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을 주제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2019년부터는 저의 활동이 점점 더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춘천사회혁신센 터나 춘천문화재단 등 지원 조직과 함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 다.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게 별것 있을까요? 외연이나 보이는 것, 그리고 성장 지표 같은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가 치와 연대를 고민할 수 있게 하는 힘, 그런 사람을 키우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에게는 그런 노력과 배움의 과정이 있었고, 늘 그런 판을 깔아 주는 사람이 함께 있었습니다. 지금 춘천은 그런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더 많은 동력이 있고, 시민들의 요구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결국 문화예술교육이란 사람과 사람, 개인과 공동체, 시민과 지역사회가 연결되지 않는 단절된 형태의 공급과 수요가 아니라 삶과 도시의 전환을 목적으로 사람과 도시, 개인과 공동체에 스며 드는 통합 교육으로 옮겨가야 할뿐더러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개인의 삶과 사는 곳의 성장을 일으키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하향식이나 집중식 교육보다는 사람과 마을에 스며들어 확장되는 교육, 개인의 일상과 마을 안에서 사람들의 관계의 밀도를 높여주는 교육이면 좋겠습니다. 건물과 시 설이 아닌 사람들의 만남과 소통, 즐거움이 밀도 있는 도시를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이면 좋겠습니다. 01 83
  44. 85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은 ‘서로를 돌볼 줄 아는 도시’, ‘살핌’을 통해 우 리가 돌봄이라고 하는 것 안에는 ‘어떤 결이 담겨 있을까’, 앞으로 ‘어떤 결 을 만들어가야 할까’ 하는 것입니다. 먼저 ‘살핌을 통해 삶을 전환하고 나 와 우리 그리고 지역을 잇는다’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무엇보다 품격 있는 시민이라는 키워드와 ‘잇는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돌봄을 통 해 함께 이야기되는 것이 너무나 반갑습니다. 저는 현재 나비소셜컴퍼니에서 발달장애 청소년들과 주로 활동하고 있는 데요, 이런 경험을 지역사회와 연결해 어떻게 하면 서로가 소외되지 않고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지역사회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복지 전문가가 아님에도 ‘일상적 돌봄이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할 까’ 하는 지점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저는 ‘서로 돌본다’라는 이야기 를 많이 하는데, 보통은 돌봄이라고 이야기하죠. 돌봄 하면 가장 먼저 떠오 르는 것이 돌봄을 필요로 하는 대상이 정해져 있다는 인식인 것 같습니다. 아이, 장애인, 노인까지 무언가 약하고 결핍된 사람이 대상이고, 그 결핍은 누군가가 주고 싶은 방식으로 채워지는 것, 만들어진 구조 안에서 해결하 는 것, 이런 돌봄이 조금 더 익숙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 앞에 ‘서로’라 는 말을 붙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돌봄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아주 작은 의미를 교환하는 것에서 상호작용이 만들어집니다. ‘서로 돌봄’. 누군가에 대한 일방적 돌봄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사실 돌봄 환경 서로를 도울 줄 아는 도시 ㈜나비소셜컴퍼니 부설 CSV디자인연구소장 김윤정 02 에 대해 사회적 고민도 많습니다. 그만큼 돌봄이 필요한 사람과 돌봄에 관 심이 있는 사람, 전반적 사회구조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저는 이 돌봄의 결에 대해 생각하며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마치 빵을 떠 올렸을 때, 단단하고 커다란 덩어리의 빵 대신 페이스트리나 파이 같은 느 낌 말입니다. 돌본다는 것은 지금 현재의 결핍만을 채워준다는 의미가 아 니라 결과 결 사이를 살피면서 함께 그것을 겹쳐가거나 스며들게 하는 작 업,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풀어가는 것이 매우 중 요한 것 같습니다. ‘인정하기’. 서로가 어떤 부분에서 돌봄을 필요로 하고 주고자 하는지를 인 정하고, 그런 상황을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고, 또 어떤 지점에 초점을 두 고 돌봄을 행해야 하는지를 헤아려보는 연결 구조 속에서 돌봄이 우리 지 역 안에서 움직이면 좋겠습니다. 그 때문에 돌봄에 대한 필요를 확인하는 작업을 ‘인정하기’라고 이야기해봤습니다. 서로를 돌보기 위해 우리는 질문을 먼저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여러분 은 세상에 완전한 것이 ‘있다’, ‘없다’ 이렇게 이분법적인 답을 하는 것에 익 숙하지 않을까요? 상대적으로 ‘나는 완벽하지 않아’, ‘저 사람 완벽하지 않 아’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기준이 작동해 돌봄에 대한 걸림돌이 생길 수 있 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 대한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서로 부족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고 어떤 것을 질문할까 혹은 어떤 부분에서 느낌표를 던질까
  45. 02 생각하는 과정을 먼저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에게는 행운이 따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에게는 늘 행운이 따른다 고 생각하기보다는 현실에 충실한 것이 안전하다고 여깁니다. 간혹 우리 는 대개 내 상황이 편안하거나 풍요로울 때 ‘나에게는 행운이 함께할 거야’ 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누구나 역전될 수 있고, 언제든 내가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는 만큼 이런 행운에 의존해 개인 중심 의 삶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 름과 틀림을 구분하고, 또 다름을 인정할수록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몸이 불편한 사람을 보통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는 장애인이라고 등록되어 있거나 구 분되어 있지 않지만 많은 부분에서 장애를 느낍니다. 그래서 장애인, 비장 애인이라는 사회구조 안에서 개인적 상황을 돌아보면 발목을 다쳐 깁스를 해서 뛰지 못했던 적이 있고, 허리를 다쳐 꼼짝 못 하고 두 달 동안 누워 있 던 적도 있습니다. 그 시간은 저에게 장애의 시간이었습니다. 심지어 허리 를 다쳤을 때에는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조차 어려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과속방지턱이었죠. 뜻하지 않은 상황을 경험하다 보니 우리는 장애인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질문을 바꿔 사회 자체가 장애를 만드는 사회냐, 아니면 장애가 없는 무장 애 사회냐 하는 관점으로 바라보면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장애 유무에 대한 피로감을 줄이고 누구나 무엇이든 하고 싶은 방식으로 혹은 일상생활에서 장애를 느끼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전제 를 바꾸는 것, 우리 사회구조나 사회 전반의 환경을 장애가 없는 상태로 만 드는 데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살펴보기’. 관찰하는 과정이나 탐색하는 것의 중요성을 공감해보고 싶습 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장애인을 보거나 아니면 나와 다른 상황에 놓인 사람을 볼 때 ‘저 사람은 잘 걷지 못하는구나. 내가 이동을 도와줘야지’ 생 각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사람이 실제 이동을 원하는지, 그렇지 않은 지 알 수 없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명상을 하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 런데 우리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니 혼자 이동하지 못하겠구나 판단하고 데려갈 수 있다는 거죠. 실질적인 필요와 연결 지어 살펴보는 과정을 중요 시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보이는 것만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 닌, 원인이 무엇일까 깊이 들여다보고 그것에 관심을 갖는 것, 이런 부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30명의 발달장애 학생과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다 보면 미처 예상하지 못 한 지점에서 놀라운 변화가 보입니다. 2명의 발달장애인 친구가 있었습니 다. 한 친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같아서 누군가 꼭 손목을 잡고 동행 해야 했는데, 다른 한 친구인 몇 살 위 형이 데리고 마트를 가면 잘 다닙니 다. 오히려 선생님 말보다 더 잘 듣습니다. 두 친구는 서로가 서로를 돌봅 니다. 장애인이 돌봄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돌봄을 행하는 주체가 될 수 있 다는 확인을 서로 하게 되죠. 이런 부분도 겪어보면서 유심히 살펴야만 알 수 있게 되는 지점입니다. 지난봄, 칠전동을 오가며 도로에 만발한 꽃을 마주한 적이 있는데, 그 꽃길 이 너무 예뻐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시에서 만들었나 보다 했는데, 그 게 아니었어요. 나중에 서 있는 푯말을 보니 ‘꽃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라 고 써 있는 거예요. 주민분께서 꽃을 심고 정성스럽게 가꾸고 계셨습니다. 87
  46. 02 꽃을 가꾸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 꽃길이 어떤 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알게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돌봄에는 직접적인 돌봄도 있지만 간접적인 돌봄도 있는 만큼 둘 다를 살폈으면 좋겠습니다. ‘헤아리기’. 예를 들어 장애가 있는 학생에게는 뭔가 많이 해줘야 할 것 같 은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그 친구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일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혹은 가장 즐거워할 만한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 을 자주 합니다. 그래서 좋은 프로그램을 소개해주거나 아주 많은 자원을 해주고 싶은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게 잘 안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살펴보면 이 친구들이 골목 안에서 선생님들과 ‘무궁화꽃이 피었습 니다’를 할 때 너무나 힘차게 웃고, 그 골목이 떠나가라 에너지를 쏟아냅니 다. 손잡고 같이 게임을 해주는 사람, 같이 뛰어주는 사람, 같이 술래를 서 주는 사람, 골목 안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것 등 무엇이든 필요한 것이 많 은데 우리는 그 필요를 너무 힘들거나 아니면 커다란 것 등 기준을 높게 잡 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좀 유연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새 신발을 사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새 신발을 장만하는 데 힘을 쏟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새 신발이 아니라 햇빛에 잘 마른 신발일 수 있다는 거죠. ‘연결하기’. 돌봄이 잠시의 상황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라는 지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그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깊이 고 민해봐야 합니다.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타임 뱅크’라는 시간 은행 을 계속 확장하고 있습니다. 2019년, 춘천에서도 리빙랩을 통해 실험을 진 행한 적이 있는데, 굉장히 많은 의미와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 서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을 거래 요인으로 각자 가지고 있는 자원을 매 개로 그 필요를 채워주는 것, 그러면 돈을 잘 벌고 못 벌고 하는 격차를 조 금 더 줄이면서 가장 가까운 마을 안에서 돌봄과 필요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싶습니다. 이미 지역 안에는 많은 이야기와 활동이 펼쳐지 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보자는 것, 그리고 그 자 리에 함께해보는 것, 그래서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고 자연과 사람이 이어 지고 지역과 사람, 일과 사람이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을 창의적으로 고민하는 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최근 EBS 다큐멘터리 <예술의 쓸모>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어요. 예술이 활동, 표현 등을 매개로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의미 있는 자기 삶을 찾아가는, 예술을 통해 존재의 감동을 만들어가는 것을 매우 잘 담고 있었 습니다.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보셨으면 좋겠고 능력의 격차, 혹은 소유의 대상이나 수혜의 대상, 이런 기준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정말 자유로운 예 술 활동이 펼쳐지기를 바랍니다. 또 돌봄이 서로를 살리고 꽃피우는 과정 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의존하는 것과 의지하는 것, 누군가에게 매달리 는 형태의 의존적 삶을 사는 것과 내가 힘들 때 적당히 의지가 되어줄 수 있는 것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주 는 적당한 연결 고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는 모든 이에게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사회적 가족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춘천문화재단이 이런 다양한 예술이 사람들의 삶 곳곳에 스며들고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에 많이 힘써주시기를 기대해봅니다. 89
  47. 91 평화·협력 안전한 관계망이 작동하는 도시 문화파출소 춘천 총괄기획자 정은경 03 저는 ‘문화파출소 춘천’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 공간에서 예술 프로그램에 기반한 것이 어떻게 안전한 관계망을 맺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 다. 먼저, 문화파출소를 소개하겠습니다. 문화와 파출소라는 단어의 조합 이 생소하지 않으신가요? 저는 6년간 매번 들은 말이어서 지금은 굉장히 익숙합니다. 문화파출소는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의 협력 사업 으로 처음 운영되었습니다. 2016년에 전국 9개 지역 치안센터, 경찰의 기 능은 크지 않지만 유휴 공간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한 이 치안센터에 주어 진 미션은 ‘우리 동네에 있는 가장 접근성이 좋은 유휴 공간이 안전한 공간 입니다’였어요. 파출소 하면 경직된 이미지가 있는 반면, 안전한 느낌도 있 잖아요. 어떻게 하면 안전한 공간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 프 로그램을 통해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을까에 대한 미션이 전국의 9개 파출 소에 주어졌습니다. 문화파출소 춘천의 사례를 말씀드릴 텐데, 여기서 꼭 말씀드려야 하는 것 이 접근성입니다. 전국의 9개 파출소 중 8개 파출소는 접근성이 매우 좋은 공간입니다. 예를 들면, 버스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누구나 10분 이내에 도착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데, 문화파출소 춘천 은 춘천 지역에서도 도시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동면을 중심으로 합니다. 하루에 버스가 열 번도 지나지 않는 곳으로 자가용이 있어야만 꼭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어서 제가 처음 문화파출소 춘천에 왔을 때는 조금 당황하 기도 했습니다. 접근성이 용이한 공간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고 자 했는데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걱정 이 앞섰습니다. 또 파출소라는 공간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참여하러 오는 사람들 이 선뜻 들어오지를 못합니다. 파출소에 대한 기존 인식은 죄를 짓거나 뭔 가 문제가 있어야 들어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6년 전, 당시에는 파출소라 는 공간에서 문화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익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 금은 여기가 파출소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 오히려 경찰분들이 의아해하는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문화파출소 춘천에서는 주차 공간이 모자라 동네 파출소 대로변에 주차해야 하는 상황 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파출소에 무슨 일 이 있나, 왜 이렇게 차가 많냐 하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부터 시작한 문화파출소는 어느덧 6년 세월이 지났고, 각 지역의 특 성과 특색에 맞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문화파출소 춘천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우리 동네 예술 놀이터’를 테마로 연간 600시수 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만 50여 개로, 연평균 900여 명이 참여하 고 있습니다. 또 요즘은 비대면 시대인 만큼 온라인 프로그램 참여자가 대
  48. 03 93 폭 늘어 1200~1300여 명에 이릅니다. 문화파출소 춘천은 엄마와 딸, 동생과 언니가 같이 참여하기도 하고, 때로 는 남편이 참여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말하자면, 온라인 프로 그램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예술 프로그램에 접근하기 어렵던 사람들이 프 로그램 재료를 받으러 한 번은 오셔야 합니다. 그런데 직장 생활을 하느라 직접 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면 남편에게 대신 받아오라고 하기 도 합니다. 할아버지가 오시기도 하고요. 또는 엄마에게 무언가를 드리기 위해 참여하는 분도 있고, 딸이 엄마를 대신해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경우 도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나 자 신의 평온을 위해 참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제가 거창하게 총괄기획자라고 소개되었지만, 사실 현장에서 온갖 실무와 잡무를 맡고 있습니다. 연간 600시수, 50여 개 프로그램을 어떻게 혼자 운 영할까요. 당연히 함께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같은 시간대에 2~3개 프로 그램이 운영되기 때문에 저 혼자는 절대 감당할 수 없지요. 그 공간에서는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직접 수업 준비를 하고, 만약 수업을 한다 면 선생님들을 직접 만나고, 프로그램이 끝나면 사용한 재료를 정리해두고 가기도 합니다. 온라인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보통 한 프로그램당 30~50 명이 오시는데, 저는 오프라인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온라인 프로그 램 키트를 나눠줍니다. 저 혼자 2시간 동안 50여 개 키트를 나눠주는 건 절 대 불가능합니다. 남편들이 대신 재료를 받으러 오시기도 하니 그들이 저 대신 키트를 옮겨주십니다. 또 참여자들이 스스로 다른 참여자에게 키트를 나눠주는 자발적인 움직임도 일어납니다.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주시는 덕분에 600시수에 가까운 프로그램 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제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말은 이런 자발적 움직임이 2년, 3년의 과정을 통해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첫해에는 연간 참여자가 70명이었습니다. 문화파출소 춘천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죠. 그런데 이 지속성을 담보로 하기 때 문에 이 공간이 어떤 곳인지 알아가고, 이런 자발적 참여자가 늘어났음을 다시 한번 강조해 말하게 됩니다. 2020년부터는 지역이 이관되어 춘천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데요, 그때부터 고민이 생겼습니다. 문화파출소 춘천을 지역 문화센터와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참여자들이 문화파출소 춘천을 통해 남다른 의미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속적으로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2021년부터 는 배움과 나눔을 모토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순 소비에 그치지 않고 이 공간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자기가 배운 것을 지역과 나눌 수 있다면 좋겠 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문화파출소 춘천의 온라인 모임 방인 ‘밴드’를 운 영하고 있는데, 밴드를 통해 800여 명이 넘는 가입자에게 공지를 했습니 다. “올해 우리 프로그램의 모토는 ‘배움과 나눔’입니다. 그래서 내가 행복 하고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지역사회의 대상, 계층과 무언가를 나누는 기쁨을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하게도 프로그램 참여자가 모두 동 의해주셨습니다. 저조차 이런 프로그램을 과연 운영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 만,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놀라운 발견을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도움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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