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2008년 평범한 한 가정의 울타리는 무너졌습니다.
우리는 그 울타리의 붕괴를
‘조두순 사건’이라 불렀습니다.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해 꿈을 키워나가던 8세의 어린아이가 무참하게 폭행을 당하
는 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습니다.
극악 무도한 범죄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아이의 소식을 듣고서 분노하고,
아이를 돕기 위해 ARS를 누를 뿐이었죠.
그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14. 나영이의 소원은
‘다시’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입니다.
가족과 웃으며 대화하는 일,
여느 사춘기 소녀들처럼 멋진 남자친구를 꿈꾸고,
장래희망을 이야기하며 행복하게 잠을 청하는 일,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그저 평범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일...
15. 평범하다는 것, 일상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사춘기 시절,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춘기 소녀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그 일상이,
나영이에게는
너무나도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꿈조차 꾸는 것이 무섭고 두려울 만큼,
나영이에게 평범한 삶은
잡을 수 없는 신기루처럼
너무 멀어져 버렸습니다.
16. 나영이 아버님의 말씀처럼 저절로 잊히지 않으면
스스로 이겨내야 합니다.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입니다.
17. 나영이가 이 사춘기를 무사히 잘 보내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도 지속적인 심리치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기억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치료의 시간과 노력을 예상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