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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의 기술 4 김호_f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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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는 대본이 없다: 시카고 '세컨시티' 코미디 극단에서 배우들에게 배움에 대하여 배우다" (1/n 2010년 가을호)

"배움에는 대본이 없다: 시카고 '세컨시티' 코미디 극단에서 배우들에게 배움에 대하여 배우다" (1/n 201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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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사이의 기술) “배움에는 대본이 없다”: 시카고 ‘세컨시티’ 코미디 극단에서 배움에 대하여 배우들에게 배우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과거의 일터는 완전하게 짜여진 군악에 맞춰 틀에 박힌 자세로 행진하는 군대의모습에 비유할 수 있다. 한편 미래의 일터는 뮤지션들이 조와 멜로디, 박자만 미리정한 상태에서 즉흥적이고 창조적으로 연주하는 재즈 앙상블과 비슷할 것이다...”- 돈 탭스코트, 앤서니 윌리엄스 (윤미나 역), 위키노믹스“덜 계획하고 더 발견하라 (Plan less and discover more)” - 탐 요톤 (Tom Yorton)“... 그래야만 [자기 자신의 일이어야만] 비로소 교육은 즐거움이 되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수 있게 된다.” - 임어당 김한민 편집장님. 1. 저는 8월 7일 시카고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시차 적응이 안 되어 며칠 째 오후에는 내내 낮잠을 잤습니다. 이메일로 보내주신 가을호 주제 잘 받았습니다. “배움이란 무엇인가?” 이럴 때 “헐~”이라고 해야 하나요. 무겁네요. 자료를 좀 뒤져보았습니다. 197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아서 루이스(Arthur Lewis)가 그랬더군요. “모든 거대산업 중 교육은 가장 퇴보해있다”라고. 임어당이 1937년 쓴 생활의 발견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학교에서 사색이 소외당한 것은 왜일까?......신입생은 2학년생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2학년생은 3학년생이되기 위해 공부한다.......학생은 다 대학강사를 위해 공부하고 있다......” 최근인 2006년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변화의 속도를 놓고 가장 빠른 기업을 시속 100마일로 놓았을 때, 학교는 10마일 밖에 안 된다고 비교했지요. 그에 따르면 학교는관료조직보다 늦고, 법보다는 조금 빠를 뿐입니다. 제가 처음 학교란 곳을 들어간 것은 1975년입니다. 3년 전에는 마흔을 넘겨 - 1 -
  • 2. 대학원엘 들어가 지금도 사업하면서 학교 생활하느라 힘겹게 지내고 있습니다. 35년 전과 지금의 교실 풍경은 적어도 세 가지 점에서 흡사합니다. 첫째, 시선. 선생과학생의 시선은 수업 내내 정반대이며 (어쩌면 물리적 시선 뿐 아니라 심정적 시선도 그럴지 모릅니다),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의 뒤통수를 쳐다보고 있죠. 둘째, 말.수업 시간의 95% 이상은 선생이 말을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학생에대한 ‘배려’에서 ‘질문 없나?’라고 수업 끝에 묻지요. 셋째, 공간. 교실은 배움과 호기심, 상상력이 충만한 공간이어야하지만, 교실의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칙칙’합니다.처음 입학하여 ‘창의’라는 단어가 붙은 건물에서 수업을 하게 되어 한껏 기대를 하고 들어섰습니다. 결국 ‘무늬’만 창의더군요. 이쯤 되면, 임어당이나 아서 루이스나 앨빈 토플러의 지적이 예나 지금이나과히 틀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구요? “배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받았을 때, 생각난 것은 언젠가 알랭드보통이 연설하는 동영상이었습니다. 한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반대말을 들어가며 풀어가더군요. 배움의 반대말로 제일 먼저 머리에 들어온 단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학교’라는 단어였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고 나면 뒤늦게 학교에 다시 들어간 저는 일종의 자기 부정을 하게되는 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지요...... 2. 암튼, 제가 시카고에 온 이유부터 말씀드리지요. 이번 원고 주제는 제가시카고에 온 이유와 뭔가 연결이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저는 이 곳에서 2주간 세컨시티(The Second City)라는 1959년에 설립된 코미디 극단에서 즉흥연기수업 2가지를 듣기 위해 와 있습니다. 왠 즉흥연기 수업이냐구요? 세상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위키노믹스라는 책에서도 비슷한 언급을 했지만, 지금까지 조직은 CEO라는 ‘지휘자’와 정책이나매뉴얼로 대변되는 ‘악보’를 따라가는 단원으로서 직원들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였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러나, 창의성의 경제, 트위터와 같은 즉흥적인 미디어에 익숙해져야 하는 이 세상의 조직은 보다 서로 호흡을 맞추며 즉흥연주를 하는 재즈밴드로 변해가야 합니다. 즉흥연주를 뜻하는 임프로바이제이션 (improvisation)에 대해검색을 하다보니, “즉흥연기의 하버드“라고 불리는 세컨시티 극단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즉흥연기는 창의성의 시대에 배움의 한 방식으로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세컨 시티에서 제 선생님이었던 맷 호브 (Matt Hovde)는 “즉흥연기란 창조성을 풀어내는 방법이다 (Improv is a way to unlock your creativity)”라고 말하더군요. - 2 -
  • 3. 세컨 시티 극단은 시카고 대학의 졸업생 및 중퇴자들이 주축이 된 콤파스플레이어스(Compass Players)라는 극단 모임에서 나와 1959년 설립된 미국의 유명코미디 극단입니다. 영화 ‘그라운드호그 데이 (Groundhog Day)’와 ‘사랑도 통역이되나요 (Lost in translation)’에 나온 빌 머레이 (Bill Murray)도 이 극단을 거쳐간 수많은 유명 코미디 배우 중 한 사람입니다. 이 극단이 흥미로운 것은 50년간의 코미디 공연에서 쌓아온 즉흥 연기 기술을 활용하여 매년 수 많은 연기 지망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뿐 아니라, 세컨시티커뮤니케이션이란 회사를 만들어 매년 400개에 이르는 기업에 교육 프로그램을 디자인하고 진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이번 원고 주제를 받았을 때, 뭔가 이 곳에서의 경험이 연결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부분입니다. 저는 15명의 미국인, 캐나다인, 영국인들과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마침, 이곳의 PR 담당자에게 부탁을 했더니, 기업 트레이닝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CEO 톰요튼 (Tom Yorton)과도 인터뷰를 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래저래 이번 시카고 여행은 배움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3. 이 곳에서의 수업도 이제 두 번 째 주로 들어섰습니다. 지난 주에는 주로즉흥연기에서의 기본적인 기술을 익혔고, 이번 주에는 이런 기술을 활용한 짧은 상황을 만드는데 맞추어져 있습니다. CEO 톰 요튼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그가 2005년에 쓴 아티클을 읽어보았습니다. 흥미롭게도 즉흥 연기는 처음 코미디나 엔터테인먼트와는 관련이 없었고,교육 수단으로 시작을 했다는군요. 미국의 드라마 분야 교육자이자 작가였던 비올라 스폴린 (Viola Spolin, 1906 - 1994)이 개인의 창의력과 자기 표현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극장에서의 트레이닝 게임으로 만든 것이 바로 즉흥 연기입니다. 스폴린의 아들인 폴 실스(Paul sills)는 세컨 시티를 창립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고, 스폴린의 즉흥 연기의 전통은 이곳에서 계속 되었다고 합니다. 4. 수업을 받으면서 즉흥연기로부터 배움에 대해 배우 선생님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생각하고 메모했던 것 다섯 가지를 정리해서 보내드립니다. yes, and...: 즉흥 연기 수업이 진행되는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는 다음과 같습니다.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섭니다. 한 사람이 무언가 대본에 없는 연기를 하기시작하지요. 예를 들어 제가 샌드위치 가게 점원으로서 “손님 무슨 샌드위치를 드릴까요?”라고 갑자기 연기하면, 상대방은 그 순간 제게 샌드위치를 주문하거나, 손님으로서 무언가를 연기하게 됩니다...... - 3 -
  • 4. 즉흥 연기에서 Yes, and라는 것은 단순히 Yes라고 말한다기보다는 상대방이만든 상황이나 전제 조건을 받아들이고, 그 위에 내가 무엇인가를 더해간다는 뜻입니다. 상대방이 무대 위에서 만든 상황을 함께 하는 배우가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야”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 정신은 브레인스토밍에서부터 최근 학문이나 배움에서 강조되는 통섭의 정신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하나의 사회현상을 공학자가 바라보는 것과 사회과학자가 바라보는 것이 다를 수 있지만, 서로의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제시하는 시각이나 전제를 받아들이면서, 그 위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해가는 방식으로 발전해가는 것이지요. 우리는 어쩌면 but이란 단어를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즉흥연기 수업에서 yes, and는 있지만, yes, but은 없습니다. ensemble: 세컨시티 극단에서는 혼자서 관객들을 웃기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아니라 항상 팀으로 작업하고 공연 합니다. 앙상블을 강조하지요. 톰 요튼 사장은 이를 두고 코미디 무대와 사회조직의 유사한 점으로 꼽더군요. 즉흥연기를 통해앙상블로 작업을 하다보면 팀워크란 것,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 함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고.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한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해준적이 있습니다. 몇 억까지는 혼자서 열심히 사업하면 벌 수 있는데, 그 이상 돈을벌려면, 반드시 주위 사람들의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일정 부분 이상 성공하행복하려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배움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저는 본질적으로 ‘독학’이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시험을 통과했다는 의미에서 독학이란 있을 수 있지만, 배움이란 항상 상호적이지요. 공자가“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라고 말한 것 처럼, 배움이란 남들로부터 배울 점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란 생각이 듭니다. "its not about being perfect": 이는 톰 요튼이 제게 해준 말입니다. 즉흥연기를 하다보면 여러 가지 실수를 합니다. 제 경우에는 영어로 즉흥연기를 펼친다는것 자체가 많은 실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고, 실제 제가 보기에도 상대방의 대사를 이해하지 못해 실수한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도 저의 그런 실수에 대해서 키득 거리는 이도 없었고, 제가 정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친절히 설명을해주었습니다. 이곳에서의 수업은 선생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이지요. 톰 요튼은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위대한 즉흥연기자는 실수를 덜 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실수를 쿨하게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들은 자신들이 무대에 - 4 -
  • 5. 서 성공적인 연기를 펼치는 만큼, 실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편집장님이 제게 그런 질문 던지셨지요? 왜 어떤 사람은 늘 배우려고 하는‘배움의 기계’가 되는지? 벤저민 바버 (Benjamin Barber)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하더군요. “나는 세상을 강자와 약자,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배우는 자와 배우지 않는 자로 나눈다”고. 저는 편집장님 질문의 해답을 여기에서 찾습니다. 누구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하는 심정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차이는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서 일정 부분의 실수와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데, 이를감수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character: 즉흥연기에서는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대응을 하지만, 무대에오르는 순간부터 자신의 뚜렷한 캐릭터는 일관되게 가지고 갑니다. 캐릭터까지 즉흥적으로 바꾸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 배우가 시니컬한 캐릭터라면, 그는 상대방이 시비를 거는 연기를 할 때나,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순간에도 시니컬한 캐릭터는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즉흥적인 연기를 펼칩니다. 세컨 시티를 비롯해서 시카고에서 활동한 배우이자 트레이너인 지미 카레인(Jimmy Carrane)과 리즈 알렌(LizAllen)이 지은 “즉흥연기 더 잘하기“란 가이드에 보면 즉흥연기를 하는 단 하나의묘책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당신의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목소리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즉흥연기 트레이닝의 최고 목적이라는 것이죠. 배움이란 결국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우지만, 최종 목적은 자신의 목소리, 포인트 오브 뷰 (pointof view)를 찾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plan less and discover more": 제가 배움에 대한 원고 내용으로 고민하고있을 때, 한 세미나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모나리자 스마일’이란 영화의 두 가지 장면을 비교해서 보여주시더군요.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미국의 명문 여대인 웨슬리 칼리지에 미술사 교수로 와서 교재에 있는 내용으로 미술작품 슬라이드를 준비했더니, 예습을 철저히 한 모든 ‘일류’ 학생들은 교재에 있는 내용을 외워서 발표하는 것으로 수업이 끝났습니다. 또 다른 수업에서는 교수가 자신의 어머니 사진을포함, 교재에 있지 않은 작품들을 가지고 와 보여주고, ‘무엇이 예술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는 학생들은 활발한 토론을 하게 되지요. 예습은 어떤 면에서 학습의 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톰 요튼은 학습에서 ‘계획’이란 것은 수업에서의 자연스러운 발견을 저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배움에서 교과서를 미리 예습하는 것보다는 중요한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토론하는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5 -
  • 6. 5. 세컨시티에서의 2주일간의 일정을 돌아보며 배움에 대해 생각하게 된 다섯 가지 키워드는 결국, 긍정, 팀, 실수, 내 목소리, 그리고 발견이었습니다. 상대의의견을 긍정하고, 상대방으로부터 배우려하며,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내 목소리를 발견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즉흥연기와 배움, 그리고 삶은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우선 세 가지 모두 ‘사이의 기술’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사이(間)에서 그 해답을찾을 수 있지요. 또 한 가지 생각나는 유사점이 있습니다. 몇 년전 한 컨퍼런스에서즉흥연기에 대한 발표를 듣는데, 발표자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우리의 삶에는 대본이 없다고.’ 이번 세컨시티의 수업에는 흔한 ‘실라버스’도 ‘텍스트북’도 없었습니다.선생님이 이야기하는 시간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학생들 사이의대화와 시도, 실수는 그 어느 때보다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배움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배움? 진정한 배움에는 대본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2010년 8월말 김호 드림.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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