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he Korea National Open University Weekly
제1802호 2015년 4월 27일 월요일
10 오피니언
살아있는 자의 책무:
세월호 참사 1주기에 부쳐
중인환시리에 참사는 일어났다. 전 국민이
중계방송을 보는 과정에서 세월호는 차
디찬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476명 중 295
명이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1년이 지난 오
늘까지 9명은 시신으로도 돌아오지 못했
다. 가족들과 시민들은 아직도 세종로 한
편에서 풍찬노숙을 견디며 진상규명을 애
원하고 있고, 팽목항에 남아 있는 유족들
은 바다만 쳐다보며 돌아오지 않는 망자
를 애절하게 부르고 있다. 1년이 지나도록
뭐 하나 제대로 달라진 게 없다. 대통령은
1주기를 맞이해 망자와 유족에 최소한의
예의라도 보여줘야 함에도 보란 듯이 해외
순방을 이유로 이 땅을 떠났다. 세월호 참
사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목적으로 설
치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언제 가동
될지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신원권(伸寃權)이란 권리가 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나머
지 구성원이 그 진상을 밝혀내고 본인의
원한을 풀어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우
리나라 판례에서도 가끔 보이는 권리이
다. 우리나라에선 이 권리가 특별한 의미
를 지닌다. 국가에 의해 개인이 그 생명과
재산을 무참하게 침해당했음에도 서슬 퍼
런 권력 때문에 오랜 기간 말 한마디 못하
고 지내온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의 국론을 분열시켰고, 국가
의 존립근거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불
러일으켰다. 제대로 된 국가를 만들어 제
대로 국가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국민들
사이에서 원한 있는 사람을 만들지 말아
야 하고, 혹시나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반
드시 그 원한을 풀어줘야 한다.
이 신원권이 권리개념으로 많은 사람들
로부터 동의를 받은 데에는 국제인권법의
대가인 네덜란드 학자 테오 반 보벤의 공
이 크다. 그는 20여 년 전 유엔인권위원회
에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
당한 희생자의 복권 및 배상 등 원상회복
권리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 보고
서에서 그는 우리나라에서 신원권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권리의 내용을 이렇게 설
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희생자 및 가족에
대한 완전한 금전적 배상이 실시돼야 한
다. 여기에는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한
진료·고용·주택·교육 등의 형태에 의한 배
상도 이뤄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비금전
적 배상도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 나는 세
월호 참사를 생각하면서 이것을 특별히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사실 규명을 하고 이를 완전히 공
개한다. 둘째, 침해에 대해 공개적으로 책
임을 인정한다. 셋째, 책임자를 반드시 처
벌한다. 넷째, 희생자 및 가족과 증인을 보
호한다. 다섯째, 희생자에 대하여 애도하
고 기념한다. 여섯째, 희생자에 대하여 지
원하고 이에 필요한 기관을 설치한다. 일
곱째, 신원권 침해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
을 강구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오
늘 우리는 무엇을 다짐해야 할까. 바로 저
신원권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권리
자가 있다면 반드시 의무자가 있는 법이
다. 세월호 신원권의 의무자는 누구인가?
정부만이 아니다. 살아있는 모든 자다. 구
천을 떠도는 원혼의 한을 풀어주는 게 우
리들 살아있는 자의 책임이자 의무란 말
이다.
시론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년 전 이맘때쯤, 304개의 세상이 사라졌다.
언론이 주절주절 보이지 않던 희망을 말하
고, 가라앉은 그곳에 있다는 ‘에어포켓’이란
미지의 세계를 떠돌 동안 속절없이 304개의
세상이 사라졌다. 그리고 1년, ‘모든 것이 달
라져야 한다’는 외침과 다짐이 뜨거웠지만
이내 식어버렸다. 늘 그것만 기억하고 살기엔
너무 팍팍한 세상이었고, 그때 했던 각오를
다지기엔 세상이 너무 바빴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린 모두가 목격한 그리고 그래서
더욱 슬픈 그 304개의 사라진 세상에 대해, 여
전히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또 정확하게 성찰
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때나 지금이나
이 거대한 부조리, 총체적 실패의 가장 큰 책
임은 ‘말하는 자의 숙명’을 부여 받은 언론이
질 수밖에 없다. 그 때, 팽목항에서 ‘매문’하다
가 ‘기레기’라고 불렸던 언론은 아직 팽목항
에 있는지도 모른다.
유가족들이 노숙 농성을 벌이고, 파르르하
게 제 머리를 밀어 정부에 단 한 가지 요구, ‘진
실 규명’을 절규하고 있는 상황에 언론은 사
실상 침묵했다. 그 침묵이 겸연쩍지 않도록 정
부는 ‘돈’과 ‘수치’를 제공했다. 받을 수 없다는
돈을 애써 내미는 정부의 저열한 속내에 대해
어떤 언론은 물론 그때 반성했던 언론들조차
따져 묻지 못했다. 약속했던 진상 조사는 파
행을 넘어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조사를
받아야 하는 공무원들이 조사를 지휘하게 되
는 상황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을 언론은 그러나 이번에도 그 조
문의 장난질을 난타하지 못했다.
세상을 잃은 유가족들이 다시 거리에서 다
만, 그 사라짐을 기억하기만 해달라고 외치는
광경은 처연함을 넘어 비통하기까지 하다. 이
비통의 감정 앞에 언론은 그저 ‘달력 기획’ 정
도를 내놓으며 책임을 벗으려 할 뿐이다. 지상
파 방송 3사 가운데 지난 1년여의 과정과 교
훈을 쫓는 ‘특집’을 편성한 곳은 KBS 딱 한
곳뿐이었다. 그나마 사고의 ‘책임’이 아닌 ‘재
발’에 방점이 찍혔다. MBC와 SBS는 작년에
내보냈던 다큐멘터리를 재방송하는 것으로 4
월 16일을 때웠다.
정권 실세들의 집단적 도덕성 붕괴 사건이
겹쳐지며, 세월호 참사는 언론에게 과거의 문
제로 그리고 단지 추모하고 기념해야 할 사건
으로 ‘강등’되어 버렸다. 정치적 폭발력이 사
회적 상실을 가려버린 꼴이다. 세월호 참사 1
년, 우리 사회가 그 참사를 진짜 기억하고 기
록할 수 있는 방법을 더 늦기 전에 찾아봐야
한다. 그 출발은 필연적으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는 경화된 언론과의 작별에서부터 할 수
밖에 없다.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언제나 공
개적인 자리에 서게 되면, 언론을 나무랐다.
그 나무람은 결국 본질적으로 붕괴하고 내용
적으로 파산한 채 부질없는 형식만 유지되고
있는 ‘저널리즘’이란 실체에 떨어지는 불벼락
이었다. 김완 미디어스 편집장
언론이 잃은 것과 잊은 것
미디어 바로보기
빛 그림자 그리고 이야기
“고맙다, 친구야!”
동갑내기 친구 이서윤(가정 4) 학우를 만난 건 작년이다. 가정학과 스터디 ‘한울타리’
온라인 카페를 통해 알게 됐다. 직접 얼굴을 본 적은 한 번 밖에 없지만 쪽지를 주고받고
채팅을 하면서 친해졌다.
공부하다 힘든 점이 있으면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학습 자료를 공
유하면서 공부를 함께 하기도 했다.
요즘 식품기사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학우로부터 선물이 왔다. 책을 살 수
있는 문화상품권과 포스트잇, 지우개 등 공부할 때 필요한 물품들이었다. 시험에 꼭 붙
으라며 행운을 기원하는 네잎클로버와 간식도 함께 보내왔다. 공부하는 데 큰 힘이 됐
고 의지가 됐다. 꼭 시험에 붙어서 친구에게 보답해야겠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고운 내 친구 서윤아, 고맙고 사랑해!”
박시현(가정 졸)
도서 대출기간 조정됐으면
자격시험 공부하는 데 필요한 책을 빌리려고 중앙도서관에 갔다. 그런데 해
당 책이 이미 대출상태여서 반납되면 바로 빌리려고 대출예약을 해뒀다. 대출
기간 24일 안에 반납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나고 나서야 해당
책이 반납됐다는 문자가 왔다. 자격시험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도서관 측에 책 반납이 늦어진 이유를 물어보니 교직원이 빌린 책이라 반납
이 늦어졌다고 했다.
교직원 대출기간은 학생보다 무려 다섯 배 긴 120일이라는 것. 보다 많은 사
람들이 번갈아가며 책을 볼 수 있도록 대출기간을 조정해줬으면 한다. 대출기
간 조정이 어렵다면 도서 반납 예정일이라도 미리 알 수 있도록 배려해줬으면
좋겠다. 신동호(경영 4)
직원답변 : 타 대학 도서관들도 학생 · 교직원 도서 대출기간이 다르다.
단, 우리 대학은 교직원이 이미 빌려간 책을 학생이 대출예약 하면 교직원에
게 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반납예정일 안내는 고려해보겠다.
중앙도서관 정보관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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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의 한 유치원에서 교육실습을 할 예정인 인천지역대
학 학생이다. 얼마 전 학교 홈페이지에서 ‘인천지역대학
학생은 실습할 유치원의 원장님께 실습동의서를 받아서
학교에 내야 한다’는 글을 봤다. 인천지역대학에 문의해
보니 부천에서 실습할 학생도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했다.
제출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실습할 유치원에 양해를 구
하고 급하게 동의서를 받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부천에
서 실습할 경우 해당 서류가 필요하지 않았다. 지역대학
은 해당 직원이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잘못 안내한 것이라
했다.
실습을 시작하기도 전에 유치원 선생님들을 번거롭게
해가며 서류를 준비했는데 허탈했다. 실습과 관련해 잘
못된 정보가 전달되면 학생은 물론 실습기관에도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안내가 필요해 보인다.
김은희(유아 4, 가명)
정확한 실습안내 필요해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열린 장애인 권리
증진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종로경찰서
모 경비과장의 발언이 물의를 빚었다. 모 경
비과장은 집회 참가자들을 막고 있던 의무
경찰들에게 “여러분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장애인들을 안전한 위치로 이동해
달라”고 말했다. 모 경비과장은 또한 “오늘
은 장애인들의 생일 같은 장애인의 날”이라
고 발언해 참가자들의 공분을 샀다.
나는 기사를 보자마자 세월호 1주기 추모
집회에 간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가 떠올랐
다.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
회가 밤늦도록 이어지자 경찰 측이 유가족
들과 시민들에게 해산명령을 내리면서 밤
이 늦었으니 어서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
아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가슴 철렁했다. 어
떤 사람들에게 가족의 품은 폐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도 그렇다. ‘그날’ 이후 집은 휴
식의 거처가 아니라 낯선 지옥의 공간이 되
어버렸다고 호소한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나올 것 같아 있을 수가 없단다. 왜 아니겠는
가.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고통스러운 처지
를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나올 수 없는 말
이다. 요즘 말로 영혼 없이 관습적으로 임무
를 수행한 결과다. 그들에게 집회에 나온 사
람들은 사연을 가진 개별자가 아니라 그냥
진압 대상인 것이다.
‘하루치의 전시가 끝나길 기대하며/ 인사
말과 농담을 던지는 것이/ 세상의 관습이었
다.’ (이수명 ‘어떤 관습’ 중)
장애인의 날 발언은 어떤가.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을 동정하는 행사를 치르는 날이 아
니다. 정부가 정한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
별철폐의 날’로 만들고자 420 장애인차별철
폐공동투쟁단이 서울 도심에서 행진과 집회
를 열었다. 휠체어를 탄 사람은 고속버스라
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 집안
에 화재가 나는데도 중증장애인이 몸을 움직
이지 못해 그대로 죽어가는 현실을, 장애인
들의 목소리로 알려서 장애차별이 사라질 수
있도록 기억하는 날이다. 차라리 생일보다
는 기일에 가깝다. 아마 그 경비과장은 초인
적 의지로 장애를 극복한 장애인에게 꽃다발
이 주어지는 관제 행사만을 보았기에 ‘생일’
운운했을 것이다. 정작 자기 눈앞에 몰려있는
장애인들의 뒤틀린 육체와 당당한 목소리를
직시할 용기가 없기에 잘못하면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을 겁박용으로 사용한 것 같다.
이것이 비단 치안 권력만의 문제일까. 일상
에서도 허드렛일을 하는 육체노동자나 노숙
인을 가리키며 부모가 아이에게 “너 공부 안
하면 저런 사람 된다”고 말하는 장면은 모 경
비과장의 말과 그대로 겹친다. 당신도 노숙인
혹은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누구나 사
회적 약자의 자리에 갈 수 있다는 공감의 말
이 아니라 내 몫을 지키고자 주변을 보지 않
겠다는 배제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말실수가
아니라 말의 퇴행인 것이다.
이런 말들의 퇴행의 건너편에서 나는 또
다른 말들의 풍경을 목도했다. ‘당신 원통함
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 5·18
엄마가 4·16 엄마에게’. 팽목항에 붙은 현수막
의 글귀는 근래 본 가장 지극한 염려와 사랑
의 말이다. 또 장애인(차별 철폐)의 날 행사
장에서는 통쾌한 저항과 존재 선언이 나오기
도 했다. “누구든 쉽게 쓰다가 버려질 수 있
는 자본과 더러운 권력자들의 사회에서, 장
애인은 애초에 폐기물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
다. 가만히 있으면 시설로 가야하고, 싸우면
경찰서로 가야 합니다. 어디로 가실래요? 경
찰서요!”
은유 수유너머R 연구원
말실수가 아니라 말의 퇴행이다
올드걸의 시집